[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롯데 자이언츠의 뒷문은 자타공인 철벽이다. 7~9회를 지키는 구승민과 최준용, 김원중 3총사는 지난해 후반기 나란히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팀의 대반전을 이끌었다.
래리 서튼 감독이 부임한 이래 롯데는 '뎁스 강화'에 주력해왔다. 특히 그 핵심이 바로 불펜진이다. 김도규 등 새로운 투수들을 발굴하고, 최 건 이강준 등을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한층 더 두터워진 불펜을 바탕으로 올해는 새로운 도전을 겨냥한다. 바로 필승조 에이스 최준용(21)의 선발 전향이다.
리키 마인홀드 투수총괄은 메이저리그에서 8년간 투수코치와 스카우트로 활약해온 지도자다. 앞서 스프링캠프 당시 마인홀드 총괄에게 최준용의 선발 가능성을 물은 적이 있다. 이때 그는 "만약 팀 차원에서 '최준용 선발'이 결정난다면 거기에 맞춰서 다른 훈련을 검토하겠지만, 현재로선 개막을 앞두고 컨디션을 올리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재능있는 신인 투수가 곧바로 선발로 발탁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는 먼저 불펜으로 프로세계에 적응한 뒤 도전하는 경우가 많다. 장기적 육성에 초점을 맞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오래 일한 마인홀드 총괄에겐 생소한 풍경이었다.
"세인트루이스는 이 선수가 선발인지 불펜인지, 마이너리그 초반부터 확실하게 육성 플랜을 진행한다. 어떤 선수가 1군에 투입되서 바로 활약한다는 건 그 전단계에서 준비가 잘됐다는 뜻이다. 최준용의 보직이 바뀌려면 단장이나 사령탑과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할 것 같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최준용은 선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최준용은 14일 시범경기 한화 이글스전에서 두번째 투수로 등판, 3이닝 동안 44구를 던졌다. 수비 실책 하나만 없었다면 3이닝 퍼펙트였다. 최고 149㎞의 직구가 인상적이었지만, 아직 힘이 부족한지 2~3이닝째가 되자 143~144㎞대로 구속이 다소 떨어졌다. 하지만 위력만큼은 여전했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도 시험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언젠가는 선발로 뛰고싶다"는 희망을 피력했지만, 이렇게 빠르게 현실이 될 줄은 선수 본인도 예상치 못한 상황. 아직은 테스트 단계다. 이날 만난 최준용은 "불펜은 그동안 해왔고, 지금 투구수 50개 정도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선발을 하려면 투구수를 더 늘려야하고, 불펜으로 가려면 그대로 가면 된다. 정해진 게 없다"면서 조심스러워했다.
최준용은 프로 데뷔 이래 줄곧 불펜으로 뛰었다. 75경기에 등판했지만, 개인 최다이닝은 2이닝이었다. 그는 "경남고 3학년 시절(선발) 이후 3이닝을 던진 건 처음이다. 옛날 생각도 나고 재미있었다"며 활짝 웃었다.
최준용에게 선발 전향을 제안한 사람은 다름아닌 마인홀드 총괄이었다. 최준용은 "코치님이 먼저 선발을 해보자고 말씀하셔서 준비했다. 오늘 경기 후에도 '멋진 투구였다. 앞으로도 계속 잘해달라'고 격려해주셨다"고 덧붙였다.
현재 롯데 선발진은 찰리 반즈-글렌 스파크맨-박세웅까지 1~3선발은 확정적이다. 4선발도 지난해 후반기 승리요정이었던 이인복이 유력하다. 5선발 자리에 김진욱과 이승헌, 나균안, 최영환 등이 경쟁중인 상황.
그런데 스파크맨이 부상으로 개막 시리즈를 빠지게 되면서 조금더 테스트할 여유가 생겼다. 이 경쟁구도에 또 한명의 거물급 유망주가 끼어들었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