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오미크론 대유행이 정점을 향하고 있다. 신규 확진자는 사상 처음으로 40만명을 넘어섰다.
K리그도 오미크론을 피해갈 수 없었다. 비교적 안정적으로 코로나19를 관리하던 K리그였지만, 오미크론을 막지 못했다. 매주 각 팀에서 새로운 확진자가 속출했다. 축구계 관계자는 "이렇다할 부상 소식 없이 결장한 선수들은 오미크론에 걸렸다고 봐야 한다"고 할 정도. 그래도 경기력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각 팀 마다 한 두 명이 확진되는 선에서 그쳤다.
하지만 최근 기류가 바뀌었다. 집단 감염이 나왔다. 울산 현대가 시작이었다. 울산은 15일 포트FC와의 2022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상당수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신예들을 대거 포함시켜, 가까스로 엔트리를 꾸렸다. 코칭스태프 부족으로 홍명보 감독이 직접 선수들의 워밍업을 도와야 할 정도였다. 경기 후 확진세는 줄어들지 않았다. 16일에만 7명이 추가 확진됐다.
FC서울에도 코로나가 퍼졌다. 감염된 선수만 10명이 넘었다. 코치진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많다. 추가 확진 발생 가능성이 높아,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델타 변이 시절만 하더라도 확진됐을 경우, 개인의 부주의로 보는 시선도 있었지만, 오미크론은 다르다. 공기 중으로도 감염될 수 있는만큼,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어느 팀에도 찾아올 수 있는 일이다. 실제 각 팀들도 검사를 통해 관리를 하고 있지만, 언제 둑이 터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문제는 당장 이번 주말이다. 울산과 서울 모두 정상적인 경기가 불가능하다. 울산은 20일 홈에서 포항 스틸러스와 중요한 '동해안 더비'를 앞두고 있다. 서울 역시 19일 홈에서 제주 유나이티드와 6라운드를 치른다.
현재 K리그 규정상 골키퍼 1명을 포함해 팀 당 최소 17명 이상의 선수가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경우 경기는 정상적으로 열린다. 이 기준을 채우지 못하면 경기는 연기된다. 지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에서 울산이 그랬던 처럼 꾸역꾸역 인원을 채울수야 있겠지만, 온전한 경기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팬들은 '최고의 라인업'이 펼치는 경기를 원한다.
결국 팬들에게 '최고의 경기'라는 '최상의 상품'을 내놓을 수 없다면, 연기를 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 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최근 다소 엄격해지기는 했지만(그 기준도 4명 이상 확진이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인한 경기 연기 요청 승인에 비교적 관대한 편이다. 그 결과 22경기나 연기됐다. 일정에 문제가 생기지만, 팬들에게 최고의 경기를 보여주기 위한 선택이었다.
사상 첫 겨울월드컵 여파로 스케줄이 빡빡하기는 하지만, 중요한건 '어떻게든' 경기를 하는게 아니라 '어떻게' 경기를 하느냐다. 당장 K리그1은 이번 주말 경기를 끝으로 2주간 A매치 휴식기를 갖는다. 휴식기 동안 경기를 치를 경우, 일정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물론 해당 팀간 협의가 중요하겠지만, 연기는 충분히 생각해 볼 법한 카드다.
일단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마지막까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연맹 관계자는 "매 경기 벌어질 수 있는 혼란을 최소화할 방법은 시즌 전에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합의한 17명 규정을 지키는 것"이라며 "울산과 서울의 상황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마지막까지 17명 출전이 가능한지 여부를 체크하면서 경기 진행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전했다.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