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천명관(58) 감독이 "김언수 작가의 제안으로 연출 데뷔, 후련하고 설렌다"고 말했다.
누아르 영화 '뜨거운 피'(천명관 감독, 고래픽처스 제작)를 통해 첫 영화 연출 데뷔에 나선 천명관 감독. 그가 17일 오전 스포츠조선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뜨거운 피' 연출을 맡은 계기를 전했다.
천명관 감독은 "첫 연출작을 만들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렸고 모든 영화가 그렇듯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금은 정신이 없어서 첫 연출에 대한 감회를 느낄 만한 여유도 없다. 그래도 결과를 보게되니 후련하기도 하고 설레는 마음도 있다"고 첫 연출의 소감을 전했다.
특히 천명관 감독은 동료인 김언수 작가의 동명 소설로 연출을 데뷔하게된 과정에 "김언수 작가가 소설이 출간되기 전 원고를 보여주고 연출을 해달라고 제안했다.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함께 원고도 보고 같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실제로 김언수 작가는 부산의 낙후된 지역에서 자랐다. 고향 이야기를 많이 해줬는데 내가 소설화를 제안해 '뜨거운 피'가 나왔다. 김언수 작가도 영화 연출을 결심했을 때 나를 적임자로 선택했다고 하더라. 내겐 뜻밖의 제안이었다. 내 작품은 2016년 발표한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라는 작품으로 연출 데뷔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뜨거운 피' 이야기가 좋았고 재미있어서 연출을 하게됐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생각하는 건달의 이야기가 잘 녹아 있었다. 보통 조폭 영화라고 하면 검은 양복을 입고 몰려다니는 이미지가 있었다. 그러한 건달 영화를 볼 때면 공허하게 느꼈다. 기존 조폭 영화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닌 다른 이유로 많이 싸웠다. 돈으로 벌어지는 이야기가 어른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소설 속에는 그런 요소가 담겨 있었고 그런 부분에 매료돼 연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출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지점은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이다. 영화의 형식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 지점이 매우 힘들더라. 소설을 쓰면 주로 길게 쓰지 않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할 수 있고 주변의 인물, 과거, 배경을 친절하게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영화는 그걸 모두 한다면 4시간 정도 걸릴 것이다. 실제로 '뜨거운 피' 시나리오를 쓸 때는 시간을 염두하지 않아 최종 편집본은 3시간이 넘더라. 영화는 2시간의 형식을 가진 장르고 그 지점이 가장 결정적이라는 것을 많이 느꼈다. 다음에는 그 지점을 엄격하게 인지하지 않으면 연출이 힘들다는 걸 알게 됐다"고 답했다.
김언수 작가의 동명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뜨거운 피'는 1993년, 더 나쁜 놈만이 살아남는 곳 부산 변두리 포구 구암의 실세와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밑바닥 건달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을 그린 작품이다. 정우, 김갑수, 최무성, 지승현, 이홍내 등이 출연하고 소설가 천명관 작가의 첫 영화 연출 데뷔작이다. 오는 23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키다리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