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지금 '로맨스 드라마'의 대세 배경은 바로 회사다. 회사 안, 들키지 말아야만 한다는 은밀한 목표를 가지고 이뤄지는 '사내 연애'가 로맨스물의 주된 소재로 활용되는 중이다.
현재 국내 드라마계는 사내 연애에 푹 빠져 있다. JTBC에서 방영 중인 토일드라마 '기상청 사람들 : 사내연애 잔혹사 편'은 기상청이라는 특수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사내 연애'의 후유증과 또 다른 사내 연애의 설렘을 담아내고 있고, SBS 월화드라마 '사내 맞선'은 그야 말로 회사 사장과의 맞선에 나가게 된 여성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등 '클리셰 맛집'이라는 별명까지 더해졌다. 뿐만 아니라 비서와 엮이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KBS 2TV 월화드라마 '크레이지 러브'도 사내 연애라는 소재를 활용 중이다.
시청자들의 주변에 익히 보이는 '회사'라는 소재를 활용한 이런 로맨스들은 익숙한 클리셰들을 활용해가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중이다. '기상청 사람들'에서는 과장인 진하경(박민영)과 특보 이시우(송강)의 연상연하 로맨스를 활용했고, '사내맞선'에서는 회사 사장인 강태무(안효섭)가 직원인 신하리(김세정)에게 '직진'하는 이야기를 그려내며 '신데렐라 스토리'의 설렘 지수를 높였다. '크레이지 러브' 또한 상사와 비서인 노고진(김재욱)과 이신아(정수정)의 이야기를 '혐관'에서 로맨스로 담아내고 있다는 평이다.
사내 연애라는 틀 안에서 벌어지는 이런 관계들은 그동안 드라마 상에서 심심찮게 발견됐던 것들. '김비서가 왜 그럴까'나 '남자친구' 등에서도 '사내 연애'라는 소재가 활용되며 긴장감과 설렘 지수를 동시에 높였고,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등에서도 선후배간의 연상연하 로맨스가 그려져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런 사내 연애의 간지러움을 그대로 드라마 속에 가져오며 클리셰를 활용한 것은 시청자들의 친밀감을 높이는 데 작용했다.
여기에 전문성을 살려낸 것 역시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들이 가진 장점이자 관전 포인트. '기상청 사람들'은 그동안 삶에 밀접하게 다가왔던 환절기, 가시거리, 국지성 호우, 불쾌지수 등의 날씨 용어들을 활용한 부제들과 이를 연결해낸 이야기들로 전문성을 높이면서도 시청자들의 이해를 확실히 돕기도 했다. '사내 맞선' 역시 식품회사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만큼 '음식'에 진심인 사장과 직원의 모습을 그려내며 단순히 회사를 배경으로만 이용하지 않았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간지럽게 움직이는 동시에 전문성이라는 볼거리까지 제공한 이 드라마들 덕분에 '사내 연애' 콘텐츠는 계속해서 사랑받을 전망이다. '기상청 사람들'은 최고 7.8%(4회, 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난해부터 이어왔던 JTBC의 부진을 확실히 끊어냈다. 또 '사내 맞선' 역시 10.1%(6회,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시청률을 훌쩍 넘으며 월화극 1위로 우뚝 선 상황. '잘 만든 클리셰'의 장점을 확연히 보여주고 있어 시선을 모은다.
방송가는 여전히 '사내 연애'라는 확실한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을 가져가는 중. JTBC는 이 여세를 몰아 은행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각 관계의 사내 연애 치정 누아르, '사랑의 이해'를 시청자들에게 선보일 예정. 이혁진 작가가 쓴 동명의 장편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유연석과 문가영이 주연을 맡으며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조영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기대를 더한다.
또 tvN도 엔터테인먼트사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사내 연애'라는 독특한 카드를 꺼내들 예정. 톱스타 공태성(김영대)과 매니지먼트 홍보팀장 오한별(이성경)의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으로, 매니지먼트사라는 독특한 배경으로 흥미를 끌어올림과 동시에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이수현 감독의 손으로 풀어낼 예정. 확장되는 사내 연애 무대들도 볼거리로 작용할 전망이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