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박)병호를 피하지 못하게 해야한다."
간판 타자 강백호(KT 위즈)의 부상. 최소 한달 결장 예약. 뜻밖의 날벼락에 천하의 이강철 KT 감독도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영광과 감동이 어우러진 통합 우승을 해냈던 KT다. 우승 전력을 고스란히 보존했다. 그나마 아쉬웠던 거포 자리에 박병호를 FA로 영입했고, 수비 외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 외국인 타자에도 라모스를 보강했다.
쿠에바스-데스파이네-고영표-소형준-배제성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은 빈틈이 없다. 유사시엔 엄상백이 빈틈을 메꾼다. 주권과 박시영, 조현우를 거쳐 마무리 김재윤으로 이어지는 불펜도 탄탄하다. 신인 박영현도 신인왕 후보로 거론될 만큼 '잘 뽑았다'고 난리다. 장성우가 지키는 안방이 든든하고, 허도환이 빠진 백업 포수마저 김준태가 시범경기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이 감독의 말처럼 리그 2연패를 향한 모든 준비가 잘 돼가고 있었다. 하지만 개막을 앞둔 이 시점에 강백호의 부상은 사령탑의 '1년 세팅'을 크게 흐트러뜨린 한방이다. 왼쪽 새끼발가락 중족골 골절. 재활을 거쳐 복귀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리그 개막은 당장 이번주말이다.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강백호가 없는 1루수와 클린업을 비롯한 타선 짜임새의 재조정이다. 강백호는 지난해 타격 3위(3할4푼7리) 16홈런 102타점, 최다안타 2위(179개) OPS 3위(출루율+장타율, 0.971)에 오른 팀내 최고의 타자다. 어차피 그 구멍을 완벽하게 메울 순 없다.
외국인 타자 라모스의 페이스가 좋은 게 이 감독을 기분좋게 한다. 라모스는 시범경기에서 홈런 3개 포함 타율 3할4푼5리(29타수 10안타)를 기록하며 외국인 타자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KBO 신구조화 거포와 좋은 짝을 이룰 선수다. 이 감독은 라모스가 최대한 편하게 뛸 수 있도록, 투타에서 지난해 우승을 견인한 배정대를 우익수로 보내고 본인이 익숙한 중견수 자리에 기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심타선의 파괴력을 끌어올리는데 초점을 맞췄다. 강백호가 빠진 3번 자리에 라모스와 조용호를 두고 고민했다. 하지만 라모스를 앞에 두자니 상대 투수들이 박병호를 피해갈까봐 문제였다. 쌓인 주자를 박병호가 처리하는게 올해 KT의 가장 이상적인 득점 시나리오다. 타격감이 좋은 조용호의 3번 기용도 고민했지만, 강백호가 없는 마당에 라모스가 한두타석 더 들어서지 못하는 게 아까웠다.
결국 박병호와 라모스를 한칸씩 끌어올리고, 5번 타자에 장성우를 배치하기로 했다. 결국 2-3번을 맡을 황재균-박병호 베테랑 듀오의 어깨가 한층 무거워졌다.
특히 박병호의 속내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박병호는 지난 겨울 '제2의 고향'이었던 키움 히어로즈를 떠나 KT에 몸담게 됐다. 최근 2년 연속 20홈런은 넘겼지만, 타율이 2할2푼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KT는 박병호의 클래스를 믿고 과감하게 거액 30억원을 베팅했다.
박병호는 이번 시범경기에서 타율 2할6푼1리(13타수 6안타)를 기록했다. 홈런과 2루타를 2개씩 때려내며 여전한 장타력을 입증했다.
사령탑의 타선 재조정 또한 박병호의 쓰임새를 최대한 살리고자 하는 것. 결국 올해 36세 시즌을 맞이한 박병호의 어깨에 KT의 올해 성적이 달렸다.
고척=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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