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된 제주 녹지국제병원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먼저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다.
제주지법 행정1부는 중국 녹지그룹의 자회사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조건 취소 청구 소송'에 대해 5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올해 초 제주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개설 허가 취소가 부당하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온 데 이어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달아 개원을 허가한 제주도의 행위가 위법하다는 판결이 이날 나온 것이다.
이로써 녹지제주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모든 소송에서 법원이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영리병원은 기업처럼 이윤을 남겨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의료기관이다. 의료기관이 주식회사처럼 상법상 법인 자격을 얻어 민간자본 투자를 받고 결산 시 투자자에게 이윤을 배당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제주지방법원의 판결과 더불어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하려는 지자체의 정책방향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반발했다.
의협은 이날 "의료기관이 운영되는 궁극적 목적은 단 한 가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함이다"며 "우리나라 의료법 33조에서도 의료기관 설립이 가능한 기관은 비영리 법인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의료에 공공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고 영리행위로 개방될 경우 환자들에게 많은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판결은 기존의 의료법을 뒤집고 영리병원을 합법화하는 초석이 될 수 있다. 영리 병원은 의료기관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보다는, 말 그대로 오로지 영리추구만을 위해 운영될 것"이라면서 "영리병원의 도입은 대형 자본 투자로 이어지고 결국 의료는 이윤창출의 도구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의협은 이번 결정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의료제도와 의료시스템 전반에도 치명적 위해를 끼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의협은 "영리병원은 소위 돈이 안 되는 필수의료과목을 진료과목에서 퇴출시킬 것이고, 필수진료를 담당하는 의료기관들은 거대 자본을 앞세운 영리병원들의 횡포에 밀려 존립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며 "이러한 상황은 지방 중소 의료기관들의 연이은 폐업의 악순환으로 이어져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을 붕괴시키고,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협은 "정부와 지자체에 영리병원 도입에 대한 검토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향후 의료계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고민하고 의논해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건강한 모델을 같이 함께 만들어나갈 것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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