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데뷔 11년차 중고 K리거가 뜻하지 않은 또 한번의 '데뷔전'을 치렀다.
주인공은 경남FC의 이우혁이다. 이우혁은 16일 경남 진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부천FC와의 '하나원큐 K리그2 2022' 11라운드에 선발출전했다. 유니폼이 특별했다. 등번호는 그대로 '6번'이었지만, 필드플레이어들이 입는 '빨검(빨강+검정)' 유니폼이 아닌 골키퍼들이 입는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나왔다. 데뷔 11년간 소화한 147경기 중 골키퍼로 치르는 첫 경기였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팀 사정 때문이었다. 공교롭게도 골키퍼 쪽에 확진이 집중됐다. 프로축구연맹에 등록된 경남의 골키퍼는 총 4명. 그 중 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나머지 1명은 부상 중이었다. 경기 전날인 15일 경남은 해당 골키퍼의 진단서를 제출해 정상 경기 속행이 불가능하다는 의사를 전했다.
하지만 프로축구연맹의 입장은 강경했다. FC서울 선수단 내 코로나 확진자가 속출했음에도 경기 진행 요건을 충족해 진행했던 지난달 서울-제주전의 사례를 들어, 매뉴얼대로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연맹의 코로나19 규정에 따르면 미감염자가 골키퍼 1명 포함, 최소 17명을 충족할 경우 경기를 정상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미감염자의 부상 여부는 고려요소가 아니다.
경남은 "골키퍼가 특수 포지션인만큼 상황이 다르다"고 읍소했지만, 연맹은 강경했다. 연맹 측은 "규정을 세울 당시 골키퍼 관련 이야기도 있었다. 만약 타 팀에서 등록 골키퍼 전원이 부상을 당했다하면 그때도 연기를 해야하나. 2011년 이윤의(당시 상주상무 수비수), 2014년 강종국(당시 안산무궁화 공격수) 등 필드필레이어가 골키퍼로 나선 사례도 있다. 경남의 상황은 안타깝지만 규정대로 진행하는게 맞다"는 뜻을 전했다.
현실을 받아들인 경남은 대책 마련에 나섰고, 이우혁을 골키퍼로 낙점했다. 경기 전날 훈련을 모두 마치고 나서야 이야기를 들은 이우혁은 제대로 훈련 조차 받지 않았지만, 프로 답게 자신의 현실에 맞춰 준비에 나섰다. 생소한 유니폼, 생소한 자리였지만 '신인 골키퍼' 이우혁은 제 몫을 해냈다. 비록 2실점을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실점이었다. 전반 9분 조수철의 슈팅을 잘 막아내며 첫 선방을 기록한데 이어, 후반 2분에는 빠른 판단으로 크로스를 막아내기도 했다.
이우혁의 분투 속 경남도 힘을 냈다. 부진한 경기력을 이어가던 경남은 이날 모처럼 좋은 경기를 펼쳤다. 올 여름 영입한 외국인 스트라이커 티아고가 멀티골을 성공시키며 팽팽한 흐름을 이어갔다.
하지만 후반 막판 꼬였다. 설기현 감독은 이우혁을 본 포지션인 미드필더로 기용하기 위해, 대기명단에 있던 또 다른 '필드플레이어' 김종필을 골키퍼 자리에 넣었다. 이우혁이 필드 유니폼으로 갈아입는 사이, 경기는 진행됐고 이 상황에서 부천 요르만에 헤더 극장골을 넣었다. 결국 경기는 2대3 경남의 패배로 마무리됐다. 설 감독은 "교체 시간을 두고 심판진과 소통에 오류가 있었다"며 "안정적으로 가는게 맞았다. 경기가 끝나고 보니 큰 실수였다"고 했다.
경남의 투혼은 결실을 맺지 못했지만, 이우혁에게는 박수가 쏟아졌다. 그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저 잘 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며 "다음에도 같은 상황이 온다면, 필요하면 다시 골키퍼 장갑을 끼겠다"고 했다. 데뷔 11년차의 골키퍼 데뷔전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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