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시즌 개막 후 LA 다저스에게 가장 기쁜 일은 아마도 클레이튼 커쇼의 부활일 것이다.
커쇼는 최근 몇 년 동안 어깨, 팔, 허리 등 여기저기 부상을 당하며 1선발 자리에서 내려온 뒤 지난 겨울 FA가 돼 우여곡절 끝에 1년 1700만달러에 잔류를 선택했다. 지난해 후반기 팔꿈치 부상으로 포스트시즌서 제외된 커쇼는 겨우내 부상을 딛고 컨디션을 회복하는데 성공해 시즌 첫 등판서 부활을 알리는 호투를 펼쳤다.
지난 14일(한국시각)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한 커쇼는 7이닝 동안 퍼펙트 피칭을 펼치며 7대0 승리를 이끌었다. 투구수 80개에서 마운드를 내려가 퍼펙트 게임을 '포기당했지만', 삼진을 무려 13개를 빼앗는 눈부신 투구로 에이스 귀환을 알렸다.
그렇다면 커쇼의 호투를 이끈 비결은 무엇일까. 물론 건강해진 팔과 어깨 덕분이다. 기술적으로는 슬라이더가 위력을 떨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MLB.com은 '이 구종 덕분에 커쇼는 여전히 엘리트'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커쇼의 성공적 부활을 이끈 구종으로 슬라이더를 꼽았다. 이날 커쇼의 포심 직구 구속은 최고 91.9마일, 평균 89.9마일이었다.
MLB.com에 따르면 커쇼가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2008년 이후 포스트시즌을 포함해 등판한 417경기 가운데 직구 평균 구속이 90마일 이하였던 경기는 이날 미네소타전이 11번째였다. 하지만 미네소타 타자들은 커쇼를 상대로 단 1개의 안타, 볼넷도 뽑아내지 못했다. 슬라이더가 워낙 강력했기 때문이다.
MLB.com은 '커쇼의 슬라이더가 그날 호투 과정에서 매우 주효했다. 탈삼진 13개 가운데 11개의 결정구가 슬라이더였는데, 이는 자신의 한 경기 최다 기록'이라면서 '미네소타 타자들은 커쇼의 슬라이더에 16타수 무안타로 묶였다'고 분석했다.
커쇼가 던진 80구 가운데 슬라이더는 절반이 넘은 41개였다. 그만큼 구위가 좋았고, 자신있었다는 얘기다.
MLB.com은 이에 대해 중요한 설명을 달았다. 요지는 이렇다. 커쇼는 사이영상을 휩쓴 2011~2014년 직구, 슬라이더, 커브를 던졌는데, 지금도 레퍼토리엔 변함이 없다. 또한 전성기에도 직구 구속이 톱클래스가 아니었다. 덕분에 구속이 줄어도 커쇼는 여전히 맞혀잡는 투수(pitch-to-contact guy)가 아닌 탈삼진 유형의 투수다. 탈삼진 비율이 2014~2020년 29.7%였고, 작년에는 29.5%였다. 그렇다고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유인구를 많이 던지는 것도 아니다. 볼넷 비율이 2020년까지 7년간 4.3%, 작년 4.3%로 같았다.
MLB.com은 '그날 경기는 커쇼가 선발투수로서 어떻게 변신에 성공했는가를 보여준 축소판이었다. 직구를 덜 던지고 슬라이더를 더 던지는 단순한 접근법으로 구속 감소를 극복했다'며 '그는 건강할 경우 에이스 위상에 관해 의문을 품을 필요가 없다는 걸 보여줬다. 직구가 동료 투수들의 평균적인 체인지업보다도 떨어지는 수준이 됐어도 말이다'라고 극찬했다.
커쇼의 부활은 이날 부상자 명단에 오른 류현진에게도 잦은 부상과 구속 감소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 지에 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류현진의 최대 강점은 제구력이다. 커터와 체인지업, 커브는 평균 이상의 구종가치를 갖고 있다. 결국 제구를 뒷받침할 건강한 몸을 회복하는 게 우선이고, 구종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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