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에 대한 존경일까. '두고 보겠다'는 복수의 다짐일까?
3년 전 메이저리거와 1년 전 메이저리거의 맞대결, 야시엘 푸이그가 김광현에게 완패한 후 손짓을 했다. 엄지가 아닌 검지로 상대방을 가리켰다.
21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키움과 SSG의 경기. 키움이 1-4로 뒤진 6회초 1사 1, 3루. 푸이그가 타석에 섰다.
앞선 두 번의 타석에서 모두 범타로 물러난 푸이그.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첫 번째 위기를 맞이한 김광현과 푸이그의 세 번째 대결은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푸이그의 한 방이면 단숨에 동점이 되는 상황. 푸이그는 20일 3연전 첫 경기에서 오원석을 상대로 시즌 3호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하지만 김광현에겐 명품 결정구가 있었다. 볼카운트 1B 2S에서 던진 원바운드 슬라이더에 푸이그의 방망이가 속절없이 헛돌았다.
그런데 헛스윙 삼진을 당한 푸이그의 행동이 특이했다. 오른손을 들어 검지로 김광현을 가리키며 묘한 미소를 지은 것. 자신을 압도한 상대방에 대한 존경의 의미였을까?
푸이그의 이런 행동은 두 번째다. 지난 6일 고척 LG전 연장 11회말 무사 1루. 김혜성의 직선타를 LG 2루수 루이즈가 다이빙캐치로 잡아내자 1루주자 푸이그는 엄지를 들었다. 멋진 수비에 대한 존경의 의미였다.
22일 경기 승부처에서 푸이그가 김광현에게 한 동작도 똑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좀 달랐다. 엄지와 검지의 차이다. 엄지는 의심할 여지 없는 존경의 의미다. 하지만 검지는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루이즈는 직접 상대하는 투수가 아닌 상대팀 야수이기에 제삼자의 입장에서 마음 편하게 엄지를 들어 보였지만, 김광현은 다르다.
올 시즌 내내 상대해야 하는 상대팀 에이스, 반드시 이겨야 하는 적이다. 그런 적에게 패한 후 피를 흘리며 엄지를 들어 보일 성인군자는 없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KBSN 장성호 해설위원은 푸이그의 행동을 "김광현 선수를 인정한다는 제스처"라고 해석했다.
그 해석에 동의할 수 없다. 묘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질을 한 푸이그의 행동은 "다음엔 꼭 갚아주겠다"는 '복수'를 의미했다.
물론, 승자 김광현에겐 어떤 의미이건 상관없이 기분 좋은 일이다. 푸이그는 다음 맞대결에서 이날 패배를 되갚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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