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홈 쪽에 있던 누군가가 소리를 치며 마운드로 올라가고, 황급히 끼어든 포수가 그와 투수를 떼어놓는다.
흔히 있는 일이지만, 마운드로 올라간 사람이 사구에 항의하는 타자가 아닌 '심판'이란 점이 문제다.
사사키 로키(21·치바 롯데 마린즈)는 이미 일본프로야구(NPB) 뿐만이 아닌 세계적인 스타다. 지난 10일 오릭스 버팔로스전, 그리고 17일 니혼햄 파이터스전에서 17이닝 연속 퍼펙트(무출루 경기)를 달성한 주인공이다.
오릭스 전에서는 9이닝 19K 퍼펙트게임을 달성했다. 일본프로야구로서도 1994년 마키하라 히로미(당시 요미우리 자이언츠) 이후 무려 28년만에 세워진 기록. 19개의 삼진도 NPB 역사상 단일 경기 최다 삼진인데다, 그중 13개는 '연속 타자 삼진'이었다.
대기록의 주인공이 만 21세도 되지 않은(20세 5개월) 새파란 투수라는 점이 한층 뜨거운 관심을 집중시킨 이유다. 2019년 프로 데뷔 이후 아직 완투도 없었던 선수가 곧바로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것.
세계 최초의 2경기 연속 퍼펙트는 아쉽게 놓쳤다. 니혼햄전에서는 8이닝 14K 퍼펙트가 진행중이었지만, 투구수(102구)가 많았던데다 팀 타선이 도와주지 않아 아쉬움을 안고 교체됐다.
24일 사사키는 다시 오릭스를 상대로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오릭스는 2주전의 굴욕을 잊지 않았다. 단 1구만에 17⅓이닝 이어졌던 퍼펙트 행진이 끝났다. 리드오프 후쿠다 슈헤이가 159㎞ 초구를 통타, 우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이날 경기는 사사키의 퍼펙트가 아닌 다른 면이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사키와 주심의 신경전이다.
롯데가 3-0으로 앞선 2회말 2사 1루. 사사키는 오릭스 아다치 료이치의 바깥쪽에 158㎞ 대포알 직구를 꽂았다. 하지만 심판 판정은 볼.
이에 사사키는 잠시 망연자실했다. 발을 동동 구르며 마운드를 두세 걸음 걸어내려가는가 하면, 모자 챙을 만지작거렸다. 급기야 홈플레이트를 등진채 허리에 손을 얹고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러자 주심이 갑자기 등돌린 사사키에게로 걸어올라갔다. 흉흉한 기세에 마츠카와 코(19) 치바 롯데 포수가 마치 사구를 맞은 타자를 가로막듯 마스크를 벗어든 팔로 심판을 가로막는 제스처를 취했다. 심판은 사사키와 마츠카와에게 몇마디 주의를 준 뒤, 사사키를 노려보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심판이 마운드에 올라 배터리에게 주의를 주는 것은 무척 이례적인 풍경이다. 투수와 포수 모두 20세 안팎의 어린 선수들인 만큼, 더더욱 '꼰대질'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세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 닛칸스포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사사키는 "난 모르겠다"고 답했다. 주심 또한 '노 코멘트'로 일관했다. 이구치 타다히토 롯데 감독은 "사사키는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한 건데, 판정에 대해 (감독으로서)할말은 없다"면서도 "심판은 좀더 냉정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조심스럽게 불만을 표했다.
이날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평가는 '양팀에 일관되게 좁았다'는 것. 사사키는 5이닝 동안 6안타 5사사구 2실점으로 고전했다. 특히 5회 선두타자의 안타에 이어 연속 볼넷을 내주며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결국 2점을 내주며 '무실점' 행진에도 종지부를 찍었다.
이날 롯데가 6-3으로 승리하면서 사사키는 시즌 3승째를 따냈다. 최고 시속 163㎞의 직구, 150㎞의 포크볼 등 괴물같은 구위는 여전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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