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2년차 좌완 이승현(20)이 큰 일을 해냈다.
9회말 2사 2루, 어수선한 상황에서 갑작스레 마운드에 올랐지만 차분하게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하던 외인타자를 3구 삼진 처리하고 1점차 승리를 지켰다. 3연전 싹쓸이의 출발점이었다.
29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타이거즈와의 시즌 첫 경기. 4-3으로 앞선 9회말 마무리 오승환이 경기를 끝내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 나성범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했지만 후속 두 타자를 뜬공으로 잡아냈다.
2사 2루. 이날 3안타를 몰아친 소크라테스 타석에 포수 김태군이 마운드를 방문했다.
그 사이 삼성 허삼영 감독도 투·포수에게 확실한 승리전략을 당부하기 위해 마운드를 향했다.
이 때였다. 주심이 투수 교체 의사를 물어보며 앞을 막아 섰지만 생각에 잠겨 있던 허 감독의 발은 이미 1루측 라인을 넘어선 상태였다.
투수교체를 하지 않는 상황 속 3회와 7회 이미 코칭스태프가 두 차례 마운드를 방문했던 터. '경기의 스피드업' 규정에는 '감독 또는 코치가 투수 마운드에 올라가는 횟수는 투수교체의 경우를 제외하고 2회까지 한다(위반시 투수교체)'고 명시돼 있다. 투수를 교체하지 않는 상황에서 코칭스태프의 마운드 방문 허용은 9이닝 경기 중 두차례가 전부였다. 결국 9이닝 감독이나 코치의 세번째 마운드 방문은 투수를 강제로 바꿔야 한다는 의미였다.
선을 넘는 순간, 이미 오승환의 강제 강판은 불가피 했다.
투수교체 의사가 전혀 없었던 허 감독이 스피드업 규정 중 하나인 마운드 두차례 방문 룰을 착각한 셈.
4심이 모여 합의한 뒤 최수원 조장은 허 감독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룰에 따른 투수교체를 요청했다. 심판의 요청을 받은 오승환은 황당한 표정으로 마운드를 떠났다 .
대혼돈 속 그라운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이승현은 부랴부랴 다시 최대한 빠르게 몸을 풀며 등판을 준비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미리 어느 정도 몸을 풀어뒀다는 사실이었다.
전날 LG전에 시즌 첫 2이닝 을 소화하며 26구나 던졌지만 이날 이승현은 9회 득점을 하지 못해 3-3 동점으로 9회말을 맞이할 경우 등판하기로 돼 있었다.
우려 속에 마운드에 오른 이승현. 속전속결이었다.
타석에는 이날 3안타로 뜨거웠던 소크라테스였지만 좌완 영건은 거침 없이 스트라이크를 꽂았다. 직구-직구-슬라이더, 공 3개 만에 외인타자는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4대3 역전승을 지키는 순간. 삼성 벤치로선 크게 가슴을 쓸어내렸다. 2년 차 이승현이 연패 탈출을 마무리 하며 팀을 구하는 순간이었다. 삼성이 시즌 첫 광주 원정에서 싹쓸이 승리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이승현 공이 컸다.
얼떨결에 수확한 데뷔 첫 세이브. 미래의 클로저로선 잊을 수 없는 첫 단추였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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