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로 이적한 주축선수가 상대팀 소속으로 출전해 맹활약을 펼친다면, 감독 마음 속에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할 것 같다. KIA 타이거즈 박동원을 바라보는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 그랬을 것 같다.
5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히어로즈-KIA전. 4번-포수로 선발 출전한 박동원은 홈런 2개를 터트리는 맹활약으로, 10대1 대승을 이끌었다. 3-1로 앞선 5회 1점 홈런을 때리고, 6회 또 1점 홈런을 날렸다. 연타석 홈런이었다.
이번 주중 3연전 직전에 열린 6경기에서 1승(5패)에 그친 KIA는 히어로즈를 상대로 2승1패, 위닝시리즈를 가져갔다. 1패 뒤 2연승이다. 최근 처져있던 팀 분위기도 살짝 좋아졌다.
장타력을 갖춘 공격형 포수 영입. 기대했던 트레이드 효과가 나타났다.
지난 4월 24일 고척돔에서 챔피언스필드로 이동. 타이거즈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박동원은 이적 이전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히어로즈 소속으로 11경기에서 33타수 7안타, 타율 2할1푼2리-1홈런-4타점-1득점. 장타율 3할9푼4리-출루율 3할5푼, OPS 0.744를 기록했다.
그런데 KIA 이적 후 9경기에서 31타수 11안타, 타율 3할5푼5리-4홈런-6타점-8득점을 올렸다. 11안타 중 7개가 장타고, 장타율 8할3푼9리-출루율 4할4푼4리, OPS 1.283을 찍었다. 엄청난 반등이다.
올시즌 홈런 5개 중 4개를 지난 9경기에서 몰아쳤다. 득점주자가 있을 땐 7타수 3안타, 4할2푼9리. 더이상 바랄 게 없는 좋은 활약이다.
KIA가 현역 선수, 신인선수 지명권에 10억원까지 얹어 박동원을 영입한 건, 계산이 가능한 중심타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타선을 이끌었던 최형우가 지난해부터 급격하게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루키 유망주가 금방 핵심타자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기대는 오산이다.
KIA는 150억원을 투입해 영입한 나성범과 박동원이 시너지를 일으키길 바라고 있다. 이런 바람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9위로 시즌을 마친 KIA는 사장, 단장, 감독이 모두 교체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이번 시즌에 팀 쇄신의 결과물을 보여줘야 한다. 박동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