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 한편으론 한 집안의 아들이자 가장이다. 팀 승리가 곧 성적이자 미래인 이들에겐 그라운드를 밟을 때마다 항상 무거운 책임감이 따른다.
'대투수' 양현종(34)도 마찬가지다. 2007년 2차 1라운드로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은 그는 2009년 본격적으로 프로 무대에서 진가를 드러낸 뒤부터 항상 '타이거즈 간판 선수'라는 책임감을 짊어지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하지만 그라운드를 떠나면 한 여자의 남편이자, 세 아이의 아빠, 집안의 막내다.
개인 통산 150승을 달성한 18일, 취재진과 만난 양현종은 인터뷰 말미에 아내 정라헬씨 이야기를 꺼냈다. 양현종은 정 씨와 2015년 백년가약을 맺은 7년차 가장이다. 그는 "아내와 결혼한 지 7년 정도 됐는데, 연애 때부터 성적이 좋았다"며 "(아내는) 그 때부터 항상 곁에 있던 복덩이"라고 말했다.
2009년 12승을 거두며 KIA의 V10에 일조한 양현종은 2010년 16승을 올리며 팀의 차세대 에이스로 빠르게 날개를 펴는 듯 했다. 하지만 2011년 어깨 통증 속에 7승에 그쳤고, 투구 밸런스까지 무너지면서 이듬해엔 단 1승에 머물렀다. 2013년 9승을 올리며 재기 가능성을 보여준 양현종은 2014년 16승으로 부활에 성공했고, 이후 꾸준히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다. 양현종은 "아내와 만난 뒤 크게 아프지 않고 좋은 성적을 이어왔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역대 최연소 2000이닝,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최다 탈삼진 기록 등 역사를 써내려 갈 때마다 양현종은 팀 동료의 도움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가족의 헌신과 사랑을 빼놓지 않았다. 150승을 달성한 날 역시 마찬가지였다. 양현종은 "아프지 않게 좋은 몸을 주시고 잘 키워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아이들 역시 무럭무럭 잘 커줘서 너무 고맙다"고 가족의 얼굴을 떠올렸다.
최고의 선수는 타고난 재능 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재능을 갈고 닦는 스스로의 노력 뿐만 아니라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넓은 마음과 눈도 필요하다. '대투수'라는 무게감 있는 수식어는 그냥 붙은 게 아니었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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