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지난해 KIA 타이거즈는 '홈런을 못 치는 팀'이었다.
2021시즌 정규시즌 총 홈런 수는 66개. 경기당 평균 홈런 수가 0.46개였다. KBO리그 10개 구단 정규시즌 평균 홈런 숫자(116개)의 절반을 간신히 넘긴 수치. 정규시즌 최하위 한화 이글스(80개)보다도 홈런 숫자가 두 자릿수 이상 적었다. 안과 질환으로 이탈한 거포 최형우(39)의 부재, 또 다른 슬러거 나지완(37), 외국인 타자의 부진 등 다양한 요소가 지적됐다.
이랬던 KIA 타선의 올 시즌 행보는 '상전벽해'다. 정규시즌 51경기를 치른 1일까지 팀 홈런 44개로 전체 1위다. 31일~1일에는 국내에서 가장 넓은 잠실구장에서 이틀 간 홈런포 5개를 쏘아 올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5월의 반등'에 성공한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30)를 시작으로 젊은 거포 황대인(26), 새 안방마님 박동원(32), '150억 타자' 나성범(33)에 최형우까지 홈런 릴레이를 펼쳤다.
개막 첫 달 KIA 타선의 홈런 페이스는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었다. 24경기에서 리그 평균(13개)에 못 미치는 11개의 홈런으로 삼성 라이온즈와 공동 8위에 그쳤다. 그러나 KIA는 5월 26경기에서 홈런 30개를 몰아치는 괴력을 발휘하면서 월간 팀 홈런 1위에 올랐고, 6월 첫 날에도 홈런포 3방을 터뜨리면서 절정의 감각을 과시했다.
황대인은 "사실 4월만 해도 타격 부진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다. (찬스에서 못 쳐서) 나 때문에 진 경기도 많았다. 남모를 스트레스가 컸다"며 "하지만 김종국 감독님이나 이범호 코치님 모두 항상 '편하게 하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특히 감독님은 항상 '아웃이 되도 좋으니, 결과에 신경 쓰지 말고 (타석에서) 후회 없이 (배트를) 돌리고 오라'고 말씀하신다. 그 이후 마음이 편해진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KIA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타석에서의 적극성을 강조해왔다. 타격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스윙으로 상대 투수를 압박해야 한다. 결과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을 강조해왔다. 단순히 말에 그치지 않았다. 4월 한 달간 KIA 타선이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라인업-타순 변경에 대한 지적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신감의 문제다. 언젠간 살아날 것이다. 찬스에서 한 번만 해주면 된다"며 소크라테스-황대인을 고집스럽게 기용해 결국 반등을 이끌어냈다. 에이징 커브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최형우도 최근 홈런포를 가동하면서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선수를 향한 신뢰를 실천에 옮기고, 주변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는 뚝심이 만든 결과물이다. 이 코치 등 일선에서 타자들과 호흡하는 코치진에 힘을 실어주는 리더십도 빼놓을 수 없다.
5월 한달간 승률 1위를 질주한 KIA는 어느새 선두권을 위협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이에 김 감독은 "아직 멀었다. 여름 이후가 승부처"라고 몸을 낯췄다. 한편에선 류지혁(28), 이우성(28), 이창진(31) 등 백업들을 고루 활용하며 타선의 힘을 이어가고, 선발 로테이션에서도 일찌감치 휴식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호랑이 군단의 질주는 그래서 더 무섭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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