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7회초 2사. 우측 파울라인에 뜬 타구 하나가 사직구장을 대혼돈에 빠뜨렸다. 그렇게 이뤄진 승부의 천칭은 연장 12회가 끝날 때까지 기울지 않았다.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는 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시즌 6차전에서 12회 연장 끝에 2대2 무승부를 기록했다.
롯데는 박세웅, LG는 이민호가 선발로 나섰다. 선발의 무게감은 롯데 쪽으로 쏠린 승부.
LG는 2회초 먼저 선취점을 뽑았다. 선두타자 채은성이 몸에맞는볼로 출루했고, 오지환과 이재원의 연속 안타 때 홈을 밟았다. 하지만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1점에 그쳤다.
그리고 2회말 곧바로 역전을 허용했다. 2회말 안타로 출루한 피터스가 고승민의 2루타 때 홈을 밟았고, 이어진 2사 3루에서 정보근의 적시타가 터지며 2-1로 역전됐다.
이후 0의 행진이 이어졌고, 박세웅과 이민호는 나란히 6이닝까지 역투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7회초 LG 공격에서 문제의 본헤드 플레이가 나왔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대타로 나선 LG 이형종의 타구는 우측 파울라인에 높게 떴다. 하지만 롯데 우익수 고승민은 이를 잡지 못하고 떨어뜨렸다.
문제는 그 다음 동작이었다. 최수원 1루심은 손을 들어 '페어'를 선언했다. 투수 김유영을 비롯한 롯데 수비진도 인플레이 상황임을 알고 '공을 내야로 던지라'고 신호했다.
하지만 고승민은 파울이라고만 생각했다. 급기야 공을 주워 곁에 있던 볼보이에게 던져줬다. 반면 이형종은 고승민이 공을 놓치면서 2루로 내달렸고, 주루코치의 지시에 따라 3루로 향했다.
심판진은 비디오 판독과 4심 합의를 거쳐 이형종의 홈인을 인정했다. KBO는 "고승민이 볼을 놓친 것까지는 인플레이 상황이다. 이형종은 2루까지 점유한 것으로 인정됐다. 하지만 고승민이 볼보이에게 볼을 전달하면서 KBO 야구규칙에 따라 2베이스 안전진루권이 주어졌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어이없이 동점이 됐다.
서로 추가 득점에 실패한 양팀은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 10회말, 이번에는 LG 쪽에서 본헤드 플레이가 나왔다. 스피드업 규정에 따른 마운드 방문 횟수 제한을 어겨 마무리 고우석이 '강제 교체'된 것.
KBO 스피드업 규정상 코치진은 경기중 2번까지 마운드에 올라갈 수 있다. 연장전 진행시 포수'만' 1차례 더 마운드에 올라갈 수 있다. LG 코치진은 앞서 2회 이민호, 8회 정우영 때 마운드에 올라갔던 상황. 하지만 LG 코치진은 고우석이 10회말 선두타자 안치홍에게 2루타를 허용하자 다시 마운드에 올랐고, 주심은 규정 위반으로 고우석의 강제 교체를 선언했다. 지난 4월 29일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의 경우와 같다.
바뀐 LG 투수는 산전누전 다겪은 노장 김진성. 김진성은 이대호의 자동 고의4구와 피터스의 사구로 만들어진 무사 만루 위기에서 장두성을 삼진, 배성근을 포수 파울플라이, 이학주를 1루 땅볼로 잡아내며 승부를 다음 이닝으로 넘겼다.
끝내 두 팀의 승부는 연장 12회로 이어졌다. 롯데는 박세웅(6이닝)-김유영-구승민(이상 1이닝)-최준용(2이닝)에 이어 11회를 소화한 김도규가 12회에도 등판했다.
LG는 이민호(6이닝) 진해수(⅔이닝) 정우영(1⅔이닝) 이정용(1이닝) 고우석(0이닝) 김진성(2이닝)에 이어 최동환이 12회 끝내기의 압박감을 짊어졌다. 최동환은 2사 후 장두성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배성근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이날 경기를 무승부로 마무리지었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