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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긱스 선배 봤죠? 흥민아 기다려!" 베일, 웨일스 이끌고 월드컵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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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축구 변방' 웨일스 축구대표팀의 '황금세대'가 월드컵 진출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롭 페이지 감독이 이끄는 웨일스는 6일 웨일스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와의 2022년 카타르월드컵 유럽 지역예선 플레이오프 A조 결승전에서 상대 자책골로 1대0 승리하며 '카타르행' 열차에 탑승했다.

웨일스는 1987년부터 2019년 대회까지 9회 연속 럭비 월드컵에 진출한 '럭비 강국'이지만, 축구 월드컵은 1958년 스웨덴월드컵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예테보리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8강전에서 '황제' 펠레에게 실점하며 0대1로 패한 날로부터 64년이 훌쩍 지나서야 월드컵 진출의 꿈을 이뤘다.

미드필더 애런 램지(레인저스)는 "믿기질 않는다. 작고 늙은 웨일스가 월드컵에 가다니. 굉장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에이스' 가레스 베일(무적)은 "웨일스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이다. 웨일스에 있어 월드컵은 모든 걸 의미한다. 우리가 만든 역사다. 말을 못 잇겠다. 굉장한 팬들이 있었기에 월드컵에 진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저그런 영국 팀', '국제무대에서 날지 못하던 용' 웨일스가 월드컵 티켓을 거머쥔 데에는 '황금세대'의 공이 컸다. 존 토샥 전 감독은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웨일스를 이끌면서 월드컵 본선행 미션을 성공시키지 못했지만, 램지, 베일, 조 앨런(스토크시티), 크리스 건터(찰턴), 웨인 헤네시(번리)와 같은 '황금세대'를 키워냈다. 이들이 25세 이전에 A매치 50경기 이상을 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그 기회가 훗날 웨일스에 중요한 자산이 될 거란 확신이 있었다.

웨일스의 '황금세대'들은 유로2016에서 깜짝 준결승 진출하며 유럽 전역을 놀라게했다. 그후 라이언 긱스 전 감독이 여자친구 폭행 협의 등으로 입건되면서 갑작스레 직을 내려놓은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유로2020에서 다시 한번 토너먼트 진출(16강)에 성공했다. 월드컵 예선 조별리그에선 8경기에서 단 1패하는 안정적인 전력으로 벨기에에 이어 조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지난 3월 플레이오프 준결승에서 베일의 멀티골에 힘입어 오스트리아를 2대1로 꺾고 결승에 오른 웨일스는 이날 전반 34분 베일의 프리킥에 의한 안드리 야몰렌코(웨스트햄)의 자책골에 힘입어 짜릿한 승리를 맛봤다.

올해 서른셋으로 2020~2021시즌 토트넘에서 임대신분으로 뛰며 손흥민(토트넘)과 인연을 맺은 베일은 소속팀에선 야유를 받곤 했지만, 웨일스에선 대체불가의 존재감을 유지했다. 전성기 때와 같은 폭발적인 스피드는 사라졌으나, 웨일스의 중심축답게 묵직하고 묵묵히 웨일스를 이끌었다. 남다른 볼터치와 너른 시야는 웨일스 공격의 창의성을 더했다. 사실 우크라이나전을 앞두고 정상인 몸상태가 아니었다. 허리 경련 문제로 지난달 열린 전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와 리버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도 나서지 못했던 베일은 "지난 3~4주간 경기에 거의 뛰지 못했다. 그럼에도 나는 방전이 될 때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90분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한 채 후반 38분 해리 윌슨(풀럼)과 교체돼 나가야 했다.

총 9개의 선방쇼를 기록한 '영웅 골키퍼' 헤네시는 "베일이 믿을 수 없는 프리킥을 선보였다. 베일은 항상 위협적인 프리킥을 시도한다. 그가 경기장 위에서 펼쳐보이는 플레이를 지켜보는 것이 즐겁다"고 엄지를 들었다.

앞서 웨일스는 시대를 풍미한 이안 러시, 마크 휴즈, 라이언 긱스와 같은 선수들을 배출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긴 그 누구도 베일처럼 웨일스를 월드컵으로 이끌지 못했다. 베일은 경력에 유럽챔피언스리그 5회 우승과 유로 준결승에 월드컵을 추가로 새기며 긱스와의 '웨일스 역대 최고의 선수' 논쟁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1980~90년대 웨일스 대표팀과 리버풀 등에서 활약한 딘 사운더스는 '토크스포츠'를 통해 "베일은 의심할 여지없는 웨일스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고 추켜세웠다.

우크라이나전을 앞두고 베일이 '월드컵 진출 실패시 은퇴할 수 있다'는 은퇴설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경기 후 관련 질문을 받은 베일은 "은퇴를 조금 미뤄야겠다"는 조크로 유쾌하게 받아쳤다. 웨일스는 잉글랜드, 미국, 이란이 있는 월드컵 B조에 속했다. 11월 21일 알라얀에서 미국을 상대로 64년만의 월드컵 복귀전을 치른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