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명예의 전당을 예약한 앨버트 푸홀스(42)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1년 더 선수 생활을 하기로 한 것은 친정팀에 대한 보답 차원이다.
자신을 빅리거로 키워준 세인트루이스에서 은퇴 경기를 치르고 향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때 세인트루이스 유니폼을 입기 위한 사전 작업이란 해석이 나왔다. 신인왕, MVP, 월드시리즈 우승 등 세인트루이스에서 돈과 명예 모든 것을 이뤘다.
하지만 딱 하나, 700홈런은 그의 평생의 꿈이다. 세인트루이스에서 대기록을 달성한다면 의미는 더 커진다. 하지만 고지가 멀다. 푸홀스는 21일(이하 한국시각)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원정경기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전날까지 3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02(109타수 22안타), 4홈런, 16타점, OPS 0.653을 마크했다. 통산 홈런수는 683개로 700개에 17개가 남았다. 지금 분위기라면 700홈런을 이루지 못하고 은퇴할 공산이 매우 크다.
일단 출전 기회가 불규칙하다. 푸홀스는 주로 지명타자로 나선다. 하지만 플래툰 시스템에 따른다. 이날 밀워키전 지명타자는 24살 신인 후안 예페즈였다. 간혹 폴 골드슈미트가 주전인 1루수로도 나서지만, 매우 제한적이다.
또 하나는 타격감이 예전만 못하다. 멘도사 라인, 2할대 초반을 헤매고 있다. 전날 보스턴 레드삭스전에서는 3타수 3삼진으로 물러났다. 6월 들어 출전한 10경기에서 타율 0.161에 그치고 있다. 타격감이 무디니 홈런이 나올 리 만무하다. 지난달 23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에서 홈런 2방을 터뜨린 뒤 15경기, 53타석 연속 대포를 가동하지 못했다.
사실 세인트루이스는 푸홀스에게 방망이보단 리더십을 더 원하고 있다. 더그아웃 분위기, 선수들의 멘탈을 관리해 달라는 의미가 크다. 많게는 스무살 어린 후배들에게 빅리그에 필요한 정신자세나 루틴 등을 전수해 주길 바라고 있고, 실제 그는 그렇게 행한다.
또 하나는 팬서비스 차원이다. 푸홀스를 보기 위해 부시스타디움을 찾는 세인트루이스 팬들이 많다. 심지어 원정경기서도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푸홀스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사다.
소속팀 선수들 뿐만 아니라 다른 팀 선수들도 경기 전 푸홀스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살아있는 전설을 그라운드에서 본다는 건 드문 기회다. 푸홀스는 젊은 선수들과 경기 전 얘기를 많이 나누는 것에 대해 "나에겐 매우 좋은 일이지만, 다들 유니폼이나 배트를 달라고 한다. 늘 '물론이지'하고 주는데 돈이 꽤 든다"며 웃었다.
사실 홈런 기록은 마음에서 떠났다. 빅리그를 22년째 뛰고 있는 푸홀스는 지금 후배들을 만나고 승부를 맛보는 매 경기가 즐겁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