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벤치의 과감한 결단이 주중 첫 승리를 이끈 날이었다.
키움이 21일 대구 삼성전에서 짜릿한 4대3 역전승을 거뒀다. 5회 보증수표 타일러 애플러가 초반부터 흔들렸다. 1회만 5안타로 3실점 했다. 투심패스트볼이 상대의 집중 노림수에 걸렸다.
4회초 2점을 추격해 2-3을 만들자 키움 홍원기 감독이 빠른 결단을 내렸다.
애플러를 3회 65구 만에 과감하게 마운드에서 내렸다. 4회부터 빠르게 불펜을 가동하며 역전을 노렸다. 삼성에 비해 불펜 비교 우위가 있는 점을 감안한 승부수였다. 전략은 대성공이었다.
양 현과 이명종이 각각 2이닝씩 1안타 무실점으로 징검다리를 놓자 김재웅이 8회 1사 1,3루 위기를 막고 1이닝 무실점으로 막았다. 9회 오른 문성현이 1점차 리드를 지키고 시즌 5세이브째.
불펜 릴레이 호투에 타선이 화답했다.
키움은 6회초 선두 이지영의 2루타 등으로 만든 무사 만루 찬스에서 김준완의 땅볼 때 3루주자가 홈을 밟아 3-3 동점으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7회 1사 2루에서 이지영이 천금 같은 결승타로 4대3 승리를 이끌었다.
6,7회를 무실점으로 삭제한 루키 이명종은 6경기째 0의 행진을 이어가며 감격의 시즌 첫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전 홍원기 감독은 지난 18일 LG전에서 2-0으로 앞선 8회 중심타선을 상대로 데뷔 첫 홀드를 거둔 이명종에 대해 "그날 긴장하면서 지켜보긴 했다"고 웃으며 "그런 경기를 치르며 한단계 성장하고 발전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 그대로 사흘만에 출격한 이명종은 더욱 씩씩하게 삼성 타선과 정면승부를 펼쳤다. 또 한명의 불펜투수 '채굴'이 이뤄지는 순간.
실제 이명종은 "LG전은 제 야구인생에 가장 긴장했던 날이었다. 오늘은 그날에 비해 훨씬 덜 긴장하고 승부할 수 있었다"며 극한 상황을 통한 한 뼘 성장이 이뤄졌음을 암시했다.
과감한 승부수로 기선제압에 성공한 홍원기 감독은 경기 후 "이명종의 데뷔 첫 승 달성을 축하한다. 애플러가 1회 대량실점을 해서 초반 분위기가 안 좋았는데 양현과 이명종이 무실점 피칭을 하며 상대 흐름을 끊어줬다. 필승조 투수들도 무실점 피칭으로 기대에 부응했다"며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불펜진에 박수를 보냈다. 이어 "초반 잔루가 많이 나오며 공격에서 잘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 중반부터 하위타선에 배치된 타자들이 안타와 볼넷으로 출루 하며 공격의 물꼬를 터줬다. 이지영의 안타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고 타자들의 후반 집중력도 칭찬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