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실낱같은 기대는 처참하게 무너졌다.
25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 나선 아리엘 미란다의 투구는 충격 그 자체였다. 1회초 9명의 타자를 상대하면서 4사구를 7개나 내주면서 4실점했다. 안타 하나 없이 밀어내기로 4점을 내준 미란다는 결국 1회를 넘기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사실 경기 전부터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던 미란다다. 4월 23일 잠실 LG전 이후 어깨 통증을 호소해 1군 말소된 미란다는 불펜 피칭, 실전 점검을 거치며 복귀를 준비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구속이 크게 하락했다. 지난해 14승(5패), 225탈삼진을 얻으면서 보여준 150㎞를 넘나드는 직구가 144㎞까지 줄었다. 초반엔 투구 밸런스의 문제 정도로 여겨졌지만, 회복세를 전혀 보이지 못했다. 이날 미란다를 마운드에 올린 두산 김태형 감독조차 "구속이 예전처럼 나오긴 힘들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김 감독은 "일단 던지는 걸 봐야 한다"며 불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미란다는 KIA전에서 직구 최고 구속 146㎞를 기록했다. 1군 복귀 과정에서 보여준 구속보다는 올라간 수치. 그러나 제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1회초 박찬호-이창진-소크라테스 브리토를 모두 볼넷으로 내보내는 과정에서 15개의 공을 뿌렸으나, 스트라이크는 단 3개에 불과했다. 총 46개(스트라이크 17개, 볼 29개)의 투구 중 28개를 직구로 뿌렸지만, 스트라이크 비율이 35.7%에 불과했다. 슬라이더와 포크볼로 카운트를 잡아가려 했으나, 이마저도 스트라이크(7개)보다 볼(11개)이 많았다.
김 감독은 "구위나 경기 운영 면에서 '이 정도면 더 갈 수 있겠다'를 판단해야 할 것 같다"며 이날 미란다의 투구 내용과 결과에 따라 활용법을 정할 뜻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미란다가 좋은 투구를 보여준다면 로버트 스탁, 최원준, 이영하가 지키고 있는 선발 로테이션에 큰 힘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 미란다는 불과 1이닝을 마치지도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두산은 미란다가 빠진 두 달간 선발진 구성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때문에 미란다의 교체 가능성이 대두되기도 했으나, 최근 KBO리그 내에서 겪고 있는 외국인 투수 수급의 어려움을 외면하기 어려웠다. 지난해 80만달러에서 올해 190만달러에 재계약한 미란다가 컨디션을 되찾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KIA전에서 드러난 미란다의 투구는 단기간 내 회복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모습이었다. 선택의 기로 앞에 놓인 두산이다.
잠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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