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지난 24일 인천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NC전.
1-0으로 앞선 1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SSG 간판타자 최 정(35)이 루친스키의 2구째 148km짜리 직구에 왼쪽 손목을 강타당했다. 사구로 한번 다쳤던 부위와 가까운 곳. 벤치가 철렁했다. 다행히 잠시 통증을 호소하던 최 정은 큰 부상 없이 1루로 걸어나갔다.
한미일 최초 개인 통산 300개 사구란 대기록이 달성되는 순간.
크게 웃을 수도, 찡그릴 수도 없는 애매함이 공존한다. 세계 신기록 달성을 축하받자니 겸연쩍다. 때론 치명적인 부상을 초래하는 사구. '이 참에 더 큰 기록을 세우라'는 말은 덕담으로 들리지 않을 수 있다.
소속팀 사령탑 SSG 김원형 감독도 마찬가지.
기록이 달성된 날,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다. 혹시나 하는 부상 위험에 또 한번 가슴이 철렁했을 뿐이다.
사령탑은 과연 세계 신기록 보유자에게 무슨 말을 건넸을까.
"아직 아무 말 안했어요. 사실 축하한다고 말하는 것도 좀 그렇고, 전 세계에서 제일 많은 사구를 기록한 거잖아요. 사구 자체를 축하하기 보다 사실 정이는 못 피해 맞는 게 아니라, 도망가지 않으니까 맞는 거거든요. '타자가 투수의 공을 두려워하는 순간 야구를 그만둬야 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몸이 도망가면 칠 수가 없으니까…. 그런 면에서 정이는 투수의 공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몸이 빠지지 않고 타격을 하니 지금까지도 좋은 모습으로 잘하고 있는 거겠죠."
사구 신기록 보다 그 이면의 위대한 의미를 강조한 사령탑. 어찌보면 두려움 없이 타석에 서는 최 정은 진정한 프로페셔널이자 그를 닮은 홈런킹이 되고픈 후배들의 영원한 귀감이다.
사구 대기록 달성보다 더 기쁜 일이 있다.
5월에 살짝 주춤했던 타격감을 완벽하게 회복한 점이다. 5월 타율 0.207에 그쳤던 최 정은 6월 들어 0.417의 불방망이를 과시중이다. 시즌 타율도 3할대에 진입했다.
특히 최근 방망이가 뜨겁다. 가볍고 날카롭게 돌아간다. 22일 두산전에 멀티히트를 기록했던 최 정은 24, 25일 인천 NC전에서 이틀 연속 3안타 경기를 펼쳤다. 홈런 없이도 3경기에서 7타점을 쓸어담았다.
이유가 있었다.
최근 뜨거운 타격감에 대해 최 정은 "(사구에 맞아) 아파서 쉬는 동안 타격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우연치 않은 기회에 예전 잘했을 때 경기영상을 보게 됐는데 거기서 영감을 얻었다. 그 영상처럼 경기 전에 연습을 해봤고 느낌이 좋아 경기에서도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비결을 밝혔다.
지난 2일 KT전에서 데스파이에의 공에 왼손등을 강타당하며 잠시 공백기를 가졌던 최 정. 아이러니 하게도 그 통산 298번째 사구가 부른 강제 휴식기가 타격감 회복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그나저나 김원형 감독의 축하는 영원히 못 받게 되는걸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아, 정이 마주치면 얘기는 하려고요. 좀 그렇지만, 어쨌든 기록이니 축하한다고 말해야죠.(웃음)"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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