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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갈께, 꼭 버텨!" 10R 99순위 늦깎이→7연속 KS팀 리드오프, 日가족 위해 이 악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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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안권수(29·두산 베어스)는 최근 꿈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일군 '왕조' 두산 베어스의 당당한 리드오프다. 27일 현재 57경기 타율 3할3푼7리(178타수 60안타), 출루율 0.410이다. 선발 라인업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지난달 월간 타율 2할9푼8리를 기록했던 안권수는 6월 타율이 3할7푼까지 치솟았다. 출전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신감도 덩달아 커지는 모습이다. 2020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0라운드 99순위로 두산에 지명될 때만 해도 주목 받지 못했던 재일교포 3세 늦깎이 신인은 올해 기적의 드라마를 쓰고 있다. 직설화법을 즐기는 두산 김태형 감독은 올 시즌 안권수를 두고 "대놓고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

이런 안권수의 모습을 가족들은 실제로 본 적이 없다. 일본에 거주 중인 부모님과 아내는 '두산 베어스 안권수'를 TV 중계 화면과 온라인으로만 접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무관중 체제, 한-일 항공편 대거 감축 등으로 '선수 안권수'의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보기 어려웠다. 앞선 두 시즌 간 안권수는 홀로 국내에서 시즌 일정을 치르고, 오프시즌 때 잠깐 일본으로 건너가 가족과 만날 수밖에 없었다.

엔데믹 시대와 더불어 주전으로 도약한 안권수의 모습을 보기 위해 가족들도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편수가 적고 제한적인 한-일간 항공편 탓에 일정 잡기가 수월치 않다. 지난해 1월 결혼한 일본인 아내는 하루 200명으로 제한된 한국행 비자를 받아야 한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1군에서의 모습을 하루빨리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 안권수지만, 마음을 억누르며 자리를 지키는데 온 신경을 쏟고 있다.

안권수는 "부모님과 아내가 전화 통화 때마다 '우리가 갈 때까지 1군에서 많은 경기를 뛰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엔 한국시리즈에도 동행했지만, 벤치에만 앉아 있으니 아쉬움이 컸다. 올해는 '조금이나마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됐다'는 느낌도 들지만, 아직 멀었다"고 했다.

정글과 같은 1군 경쟁. 안권수도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다. 그는 "내 역할은 공격-수비-주루 모두 많이 움직여야 하는 것인데, 시즌을 치러보니 체력적으로 보완해야 할 것이 많더라. (체력 때문에) 사실 좀 답답한 감도 있다"면서 "코치님, 선배들에게 체력 관리 방법이나 기술적인 부분을 많이 물어보면서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부모님, 가족 앞에 두산 유니폼을 입고 설 안권수가 가장 보여주고 싶은 것은 뭘까. 안권수는 "아버지가 '홈런 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시더라. 고교 때는 쳐봤는데, 대학-실업 시절엔 한 번도 못 쳐봤다. 내 장기는 콘택트와 출루인데"라고 웃으며 "그저 욕심 없이,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