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타이틀 홀더가 은퇴를 한다?
한 부문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선수가 은퇴를 하는 것을 보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 선수들은 다른 선수들과의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했을 때 선수 생활을 끝내는 경우가 많다. 그것도 대부분은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결정된다. 스스로 유니폼을 벗겠다고 판단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고 그래서 그런 선수들에겐 은퇴식을 열어주기도 한다.
그런데 올시즌엔 은퇴를 예고한 선수가 타이틀을 가져갈 가능성이 생겼다. 바로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40)다.
이대호는 1일 현재 타율 3할4푼9리(275타수 96안타)로 1위를 달리고 있다. 96개의 안타로 KIA의 소크라테스(101개)와 키움 이정후(99개)에 이어 최다안타 부문 3위에도 올라 있다.
매우 꾸준하다. 4월에 타율 3할5푼6리, 5월에 3할5푼5리를 기록했고, 6월엔 3할4푼1리를 보였다. 월간 타율에서 4월엔 4위, 5월에도 4위, 6월엔 7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다른 타자들이 기복을 보이는 동안 이대호는 꾸준히 자신의 페이스를 지켰고, 타격 1위에 올라있다.
역대로 투수나 타자가 타이틀홀더가 된 이후 은퇴를 한 경우는 없었다. 굳이 찾자면 프로 원년인 1982년 감독 겸 선수로 뛰었던 백인천 감독이 있다. 타율 4할1푼2리라는 KBO리그 유일의 4할 타자로 기록돼 있는 백 감독은 최다안타, 득점, 출루율, 장타율 등 5개 부문에서 1위에 올랐고, 이듬해부터는 선수를 하지 않고 감독으로만 활약했다.
이후로 타이틀을 따고서 은퇴를 한 일이 없었다. 타이틀을 땄다는 얘기는 그만큼 잘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실력이 있는데 굳이 유니폼을 벗을 이유가 없는 것.
그래서 팬들이 이대호의 은퇴를 번복하라고 외치고 있다. 시즌 전 이미 은퇴를 예고했기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메이저리그에선 자주 볼 수 있는 일이지만 KBO리그에선 얼마전까지만 해도 볼 수 없었다. '국민타자' 이승엽이 처음이었다. 2016년 2년 계약을 하면서 사실상 은퇴를 예고했고, 2017년 은퇴하기로 하면서 KBO는 최초로 '은퇴 투어'를 실시하기도 했었다. 이승엽은 은퇴시즌인 2017년에 타율 2할8푼, 24홈런, 87타점으로 은퇴를 하기엔 아깝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화려한 은퇴식과 함께 박수를 받고 떠났다.
이대호가 현대 야구 최초로 트로피를 받고 떠나는 선수가 될 수 있을까. 이제 반환점을 돈 KBO리그. 무더운 여름을 견뎌내야 한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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