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19년 동안 프로야구를 했는데, 우승을 한번도 못하고 은퇴한다는게 말이 되나 싶다."
이미 은퇴한지 2년이 지났건만, 그 순간만큼은 다시 현역 선수로 돌아간 듯했다. 은퇴식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박용택이 토로한 울분이다.
박용택은 "은퇴할 땐 몰랐다. 작년에 KT 위즈가 우승하는 모습을 봤는데, 공교롭게도 나랑 친한 (박)경수가…너무너무 부럽고 아쉬웠다"고 했다. LG 트윈스 후배 채은성 역시 그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3일 롯데 자이언츠전 승리 직후 만난 채은성은 "(박)용택이 형이 경기전에 미팅할 때 '오늘 꼭 이겨라. 무조건 이겨라'고 했다. 특별한 날이긴 하지만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날 채은성은 1-1로 맞선 7회말 2사 2,3루에서 롯데 구승민을 상대로 중월 펜스 직격 2타점 2루타를 때려내며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승부를 들어오길래 적극적으로 쳤는데 운이 좋았다. 피터스가 따라가는걸 보고 '잡힐 수도 있겠는데' 생각했다. 뒤로 넘어가는 타구를 워낙 잘 잡는 선수 아닌가. 운이 좋았다."
채은성이 고른 별명은 '울보택'이었다. 채은성은 "원래 용택이 형이 눈물이 많다. 시합 전에도 울고 있더라. 그래서 골랐다. 의미있는 날인데, 승리가 좋은 선물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나랑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 그런데 모르는 거 물으면 살갑게 알려주곤 했다.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와서 경험이나 노하우를 먼저 전해주는 선배였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긴 시간 동안 야구를 잘한 선수 아닌가. 야구 기술보다도 그 멘털을 배우고 싶다. 용택이형도 제 2의"
채은성 역시 올시즌 내내 4번타자를 맡아 적지 않은 압박감을 받고 있다. 간혹 4번타자를 맡은 적은 있지만, 올시즌처럼 시즌초부터 줄곧 4번타자의 역할을 맡아보긴 처음이다. 가뜩이나 외야수에서 1루수로 포지션 변경까지 한 시즌, 압박감이 만만찮은 한 해다..
그는 "4번타자라는 자리보다도 내가 못치는게 좀 부담이 됐다. 4번타자라는 생각은 머릿속에서 지웠다. 4번째로 나가서 좋은 경기를 하자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용택이형은 우승 못하고 은퇴한 선수가 됐다. 그 설움을 우리는 모르길 바란다고 했다. 그리고 올해를 기점으로 우리가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우승은 형 뿐만 아니라 우리의 목표이기도 하다. 좋은 결과 내기 위해 노력하겠다. 용택이 형은 후배들에게 좋은 모범이 되는 선배다. 제2의 인생 응원하겠다."
잠실=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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