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축타자인 외야수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 가뜩이나 힘든 상황인데 핵심전력을 가동할 수 없다. KIA 타이거즈에 소크라테스의 부상은 재앙이나 다름없다. 지난 2일 경기에서 SSG 랜더스 김광현이 던진 공에 맞아 코뼈가 골절된 소크라테스는 8월 초순에 복귀가 가능하다.
소크라테스가 이탈하면서 외야수 김호령(30)에게 기회가 왔다. 개막 직후인 4월 초 오른쪽 옆구리 부상으로 등록이 말소됐던 김호령은 7월 3일 1군에 콜업됐다. 등록이 말소된 소크라테스와 바통터치를 했다.
30세 백업 외야수. 핵심타자 소크라테스의 공백을 온전하게 메운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에게는 빠른 발과 뛰어난 수비 능력이 있다.
8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김호령은 호수비로 팀 승리를 지켰다. 5-3으로 앞선 9회초 2사 1,3루에서 하주석이 좌중간을 가르는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중견수 김호령은 빛의 속도로 따라가 타구를 걷어냈다. 이 타구가 빠졌다면 동점 상황이 될 수 있었는데, 호수비로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했다. 8연패 중이던 팀을 구한 수비였다. 하주석은 이 장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어이없어 했다.
김종국 감독은 이 경기를 돌아보며 "그 정도 타구는 김호령에겐 쉬운 거 아니었나"라며 활짝 웃었다.
공격 공헌도까지 높았다. 2회말 첫 타석에서 선제 1타점 적시타를 때렸고, 6회말 안타를 추가해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0-4로 끌려가던 9일 한화전 5회말. 9번-중견수로 나선 김호령은 1사후 좌전안타를 때렸다. 득점 찬스는 이어졌고, 김선빈의 2루타 때 홈을 밟았다. 6대5 역전승의 출발점에 김호령이 있었다.
빠른 발을 활용한 타구 포착 능력은 KBO리그 최고 수준이다. 입단 초부터 확실하게 인정받은 능력이다.
9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김호령은 "박해민 정수빈 선수 등 좋은 중견수가 많은데 이들의 영상을 자주 보면서 배운다. 상대 타자의 타격 타이밍을 보고 타구 방향을 판단한다. 수비 훈련 때 이런 점을 생각하며 집중한다"고 했다.
그가 공격보다 수비능력이 뛰어나다는 건 분명하다.
김호령은 "잔부상이 많았는데 안 다치고 시즌이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1군에서 뛰고 싶다"고 했다. 프로 8년차 외야수의 소박한 목표다.
김종국 감독은 "작전 상황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해주는 게 중요하다. 김호령에게 3할 타율을 바라는 건 아니다. 잘 하는 걸 더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호령은 8~9일 한화와 2연전에서 3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KIA는 2경기 연속 역전승을 거두며 살아났다.
탁월한 수비, 기동력에 타격까지 따라준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외야 수비라인의 중심에 김호령이 있어 든든하다.
광주=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