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진짜 1군에서 야구를 한다는 게 너무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죠."
이영준(31·키움 히어로즈)은 굴곡의 야구 인생을 걸어왔다. 2014년 KT 위즈에 지명된 그는 1군에 데뷔하지 못한 채 방출됐고, 군 복무 뒤 넥센(현 키움)에 입단했다.
본격적으로 빛을 본 건 2020년. 2019년 포스트시즌에서 8경기에 4⅔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0점을 기록한 그는 기세를 몰아 22홀드를 올리면서 주권(KT·31홀드)에 이어 홀드 2위에 올랐다.
키움 허리 한 축을 지켜주는 듯 했지만, 몸에 이상이 생겼다. 2020년 막바지부터 팔꿈치에 통증이 생겼고, 결국 2021년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긴 재활 터널을 지나 이영준은 6월11일 마침내 1군에 올라왔다. 그리고 나흘 뒤인 15일 두산을 상대로 1군 복귀전을 치렀고, 1이닝 무실점으로 막으면서 여전한 기량을 뽐냈다. 2020년 9월24일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전 이후 629일 만에 1군 등판. 이영준은 "너무 행복하다. 진짜 1군에서 야구하는 게 너무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 거 같다"고 했다.
가장 잘 풀렸을 때 찾아온 부상에 막연할 법도 했지만, 팔꿈치 수술이 두 번째였던 이영준은 '시간이 약'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영준은 "두 번째 수술이라서 그런지 막 아프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고등학교 때부터 팔꿈치에 대한 불편함은 달고 살았던 거 같다. 아프면 그냥 아픈가보다 하고 넘어가곤 했다"라며 "2020년에 항상 있는 거구나라는 느낌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프더라. 사실 화장실에서 지퍼를 내리기도 힘들었다. 주사를 맞아도 안되더라"라고 설명했다.
이영준은 "바쁘게 살려고 노력했다. 아침에 일찍 출근해서 운동하고, 트레이너인 (김)대권이 형도 많이 도와주셨다"고 이야기했다.
1군에 온 그는 7경기에서 2홀드 평균자책점 1.35를 기록했다. 1군 등록 후 6경기 연속 실점이 없다가 지난 6일 두산전에서 첫 실점이 나왔다. 좋은 성적이 이어진 비결에 이영준은 "내가 하던 일에 최선을 다하다보니 운이 좋았던 거 같다"고 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아직 구속이 다 올라오지 않은 상황에서 경험을 앞세워 잘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영준 역시 "경험이라는 건 정말 무시 못하는 거 같다. 구속은 경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올라올 거라고 생각한다. 현재까지는 결과도 좋고, 무브먼트 등 수치도 좋게 나와 나쁘지 않다"고 했다.
최고 150㎞ 가까이 나왔던 구속이 아직은 146㎞ 정도로 나오고 있다. 이영준은 "사실 수술을 받을 때에는 다시 구속이 돌아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의문도 가졌다. 원래 구속이 빨랐던 것이 아닌 운동이나 이런 걸 병행해서 올라왔던 만큼, 다시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봤자 2~3㎞ 정도다. 이제 저경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올라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130㎞대 안 나오는 게 천만다행이다"라고 웃었다.
올 시즌 키움 불펜은 리그 최강을 달리고 있다. 이승호 문성현 김재웅 김태훈 하영민 김태훈 이명종 등이 각자에 역할에 맞춰 탄탄하게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아무리 22홀드를 기록했던 베테랑이라도 쉽사리 자리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 이영준은 "내가 오자마자 필승조를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보탬이 되고 싶었다. 1군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했고,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고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올라가면 올라가서 진짜 열심히 던져 막아주는 것이 목표였다. 그게 재미있고, 그렇게 하다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영준은 "야구라는 스포츠는 경쟁하는 스포츠다. 내가 잘하면 계속 있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라며 "우리 팀 불펜은 정말 나무랄 곳이 없는 거 같다. 지금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한 거 같다"고 자부심을 내비쳤다.
"1군에서 공을 던져 행복하다. 소중함을 알겠다"고 밝힌 그는 1년 넘는 공백의 시간을 빠르게 지워준 사람을 한 명씩 떠올렸다.
이영준은 "노병호 코치님과 송신영 코치, 박정배 코치님께 너무 감사드린다. 또 (오)주원이 형도 고맙다"라며 "안 도와주신 분이 한 분도 없었다. 처음에 공을 던졌을 때 131㎞가 나오더라. 멘털이 엄청 흔들렸다. 노 코치님과 주원이 형이 조급해 하지 말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물론 다들 해주실 수 있는 말이지만, 진지하게 정말 많이 말씀해주셨다. 또 메디슨이라는 한국계 미국인 친구가 있다.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가르쳐줬는데, 비시즌에 정말 많이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송신영 코치님은 경기 전에 투구폼에 대해서 많이 말씀 해주셨고, 박정배 코치님은 불펜에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고 했다.
2019년 자신을 한 단계 올라서도록 했지만, 끝내 웃지 못했던 한국시리즈. 올해만큼은 해피엔딩을 꿈꿨다. 이영준은 "우승에 대한 열망도 있지만, 일단 최대한 정규시즌은 위에 순위에서 마쳐야 하니 개인적으로는 1위를 했으면 좋겠다. 야수와 투수들이 잘 합심했으면 좋겠다"라며 "욕심 안부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거를 최선을 다해 우리팀이 1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