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산 소, 닭고기 등 주요 생활필수품목에 대한 한시적 무관세가 적용된다. 올해 초부터 밥상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식용유와 돼지고기 등의 품목에 긴급 할당관세를 적용한 데 이은 추가 조치다. 국민 체감이 큰 품목을 중심으로 관세를 낮춰 최근 급등한 밥상 물가 부담의 급한 불부터 끄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8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제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고물가 부담 경감을 위한 민생안정 방안'을 발표했다.
민생안정 방안에 따르면 우선 이달부터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분유, 커피 원두, 주정 원료, 대파 등 7개 품목에 대해 할당관세 0%가 적용된다. 할당관세는 일정 기간 일정 물량의 수입 물품에 대해 관세율을 일시적으로 낮추거나 높이는 제도다.
관세가 낮아지면 그만큼 수입 가격이 낮아진다.
품목별로 보면 소고기 10만 톤(t)에 0% 관세가 적용된다. 소고기의 관세율은 40%지만 자유무역협정(FTA) 상대국인 미국과 호주산 소고기에는 각각 10.6%, 16.0%의 관세율이 적용된다. 국내 수입량의 90%가량을 차지하는 미국·호주산 소고기 기준으로 보면 관세율이 10∼16%포인트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닭고기 8만2500t에도 할당관세 0%가 적용된다. 닭고기는 20∼30% 관세 부과 대상인 브라질·태국 물량(94%)이 대부분을 차지, 수입 단가 인하 효과가 상당할 것이란 게 정부의 예상이다.
현재 할당관세 0%를 적용받는 돼지고기의 경우 7∼9월 성수기에 대응해 삼겹살 할당 물량을 2만t 확대한다. 최근 냉동 삼겹살의 할당관세 한계 수량(1만t)이 대부분 조기 소진된 점을 반영했다.
각종 유제품의 원료로 활용되는 분유는 현재 20·40·176%로 차등 적용되는 관세율을 일괄적으로 0%까지 낮추고, 적용 물량을 기존 1607t에서 1만t으로 확대한다.
커피 원두는 생두와 로스팅 원두 관세율도 0%로 낮춘다. 생두에 대해서는 수입 단계 부가가치세(10%) 면제 조치가 함께 시행된다. 이밖에 식초·간장·빵·고추장·소주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주정 원료도 할당관세 대상 품목에 포함됐다.
주요 수입 생활필수품목에 대한 정부의 무관세 조치는 소비자물가가 급등하며 서민 부담이 가중된 데 따른 조치다. 6월 소비자물가는 6% 상승하며 최근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소비자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는 7.4%나 뛰어올랐다. 정부는 국무회의 등 관련 절차를 단축, 이달 중순 중 할당관세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밥상물가 안정화를 위해 주요 수입생활 필수품 외에 국내 농수축산물 공급 확대도 추진한다.
당장 이달부터 6주간 돼지 도축 수수료를 마리당 2만원씩 지원하고, 추석 성수기(8월 22∼9월 8일) 3주 동안은 한우 암소(마리당 10만원)와 돼지(마리당 10만원) 도축 비용을 함께 낮춰준다.
농산물의 경우 가격 불안 품목을 중심으로 정부 방출 물량을 늘린다. 가격이 급등한 감자는 7∼8월 국산 비축감자 4000t을 매입해 즉시 방출한다. 마늘과 양파는 기존 비축물량을 이달 중으로 조기 방출하고, 무와 배추는 채소가격안정제 국고 지원을 한시적으로 30%에서 35%로 확대한다. 수산물은 명태, 고등어 등 수요가 많고 가격이 오른 품목 위주로 정부 비축 물량 상시 방출을 통해 가격 안정화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