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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이라 죄송해요" KBO가 힙하다니…성수동 대성공기[SC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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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팝업스토어 진행 기간 동안 약 8000명 이상 방문 '초대박'

-20대 방문객 북적…MD 상품 연일 품절 사태

[성수동=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KBO(한국야구위원회) 팝업스토어가 '힙플(인기있는 장소)' 서울 성수동에 문을 열었다.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KBO 팝업스토어는 7월 10일까지 진행된다. KBO 40주년을 기념해 계획된 이번 팝업스토어는 예상을 뒤엎는 흥행 기록을 세웠다. 오픈 첫 날부터 하루도 빠짐 없이 야구팬들이 줄지어 팝업스토어에 방문했고, '굿즈'라 불리는 팬 판매용 MD 상품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뜨거웠다. KBO 관계자들도 기대 이상의 결과에 얼떨떨했을 정도다.

자체 집계 결과, 팝업 스토어 폐장 전날인 9일까지 약 7500명이 넘는 방문자가 발걸음을 했다. 마지막날인 10일 집계 결과가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8000명 이상은 가뿐히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9일에는 오픈 이후 최다인 일일 1462명의 방문객을 기록했다.

유명 카페 디자인 등으로 요즘 가장 '핫한' 디자이너 조인혁 작가와 콜라보레이션 한 것도 신의 한 수였다. 조인혁 작가가 KBO의 올드 로고와 초창기 캐릭터를 변형한 캐릭터 등 다양한 디자인을 해 팝업스토어에서만 만날 수 있는 다양한 굿즈를 제작했다. '코봉이' 캐릭터가 새겨진 KBO 유리컵과 '뉴트로' 감성이 묻어나는 야구 티셔츠 등은 오픈 며칠만에 주문 수량이 전체 동나 부랴부랴 재주문을 할 정도였다. 그밖에도 다양한 품목들이 연일 품절이 속출했다. 그냥 팝업스토어 방문 기념으로 굿즈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상품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구매하는 방문객이 훨씬 더 많았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팝업스토어 방문객이 대부분 10~30대 젊은 야구팬들이 위주였다는 사실이다. 특히 SNS 유행을 이끌어가는 20대 여성 야구팬들이 멋스럽게 자신이 응원하는 팀, 선수의 유니폼을 착용하고 와서 여러 컨셉 사진을 찍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들이 SNS에 KBO팝업스토어 태그를 걸어 올리는 사진들은 곧바로 트렌드가 됐고, KBO 팝업스토어 역시 자체 공식 SNS 계정을 적극 활용해 팬들과 소통했다. '사진 찍을 맛'이 나게끔 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팝업스토어에는 '네컷' 사진 촬영기를 무료로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포토존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포토존들 역시 'MZ 세대'의 감성을 제대로 저격하는 디자인으로 꾸며졌다. 스태프들이 친절하게 방문객들의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방문객들의 체류 시간이 길어졌다. SNS에 팝업스토어 관련 해시태그만 인증하면 무료로 제공하는 사진 촬영기 앞에는 하루종일 대기 시간이 1시간 이상이었다. 많은 방문객들이 말 그대로 공간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방문객들은 하나 같이 "KBO에서 이렇게 예쁜 굿즈가 나온 게 신기하다", "이런 스토어를 자주 열었으면 좋겠다", "공간이 마음에 든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허구연 KBO 총재도 오픈 첫날 방문해 직접 사진을 촬영하는 등 공간 곳곳을 체험해보고 "멋지다"고 호평을 남겼다.

이번 팝업스토어 이벤트를 준비한 KBO 콘텐츠팀 관계자들도 기대 이상의 결과에 깜짝 놀랐다. "연초부터 이벤트를 준비했는데, 그동안 한번도 시도해본 적이 없는 유형이라 기준점이 없어 고민이 많았다"는 콘텐츠팀 관계자는 "40주년이라고 아카이브에 있는 기록물 전시만 하는 것은 너무 딱딱한 것 같았다. 그래서 'MZ세대'들이 야구장을 더 찾을 수 있게끔, 우리가 찾아가는 홍보를 하자고 생각해서 기횔을 하게 됐다. 복합적인 공간, 특히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많이 모이는 곳을 찾다가 성수동을 타겟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결과는 성공이었지만, 중간중간 크고 작은 사고도 많았다. 굿즈를 만들어 판매하고, 수량을 체크하는 것 역시 쉽지가 않았다. 처음에는 수요가 적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반대의 결과가 나오면서 물량 확보를 위해 애를 먹기도 했다. KBO 콘텐츠팀 관계자는 "과연 몇명이 올지, 굿즈는 얼마나 팔릴지 전혀 예상이 안됐었다. 업무를 함께 도와주시는 협력 업체 직원분들이 그동안 대기업 팝업스토어 진행도 많이 하셨었는데, 보통 팝업스토어들은 하루에 200~300명 정도 오면 성공이라고 하더라. KBO 팝업스토어는 어제(9일)만 1500명 이상이 왔다. 우리가 공간을 빌린 카페 관계자들도 사람이 많이 몰려 놀랐다. 이런 이벤트만으로 팬들이 야구를 좋아한다고 느끼기는 어렵지만, 젊은 야구팬들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알게 됐다. 앞으로 또 하게 된다면 다른 컨셉으로도 할 수 있겠다 싶다"고 말했다.

모든 이벤트가 그렇듯이, 아쉬움을 토로하는 팬층도 있었다. 특히 중년 야구팬들이나 KBO 기록물 전시를 보고싶었던 팬들은 팝업스토어를 방문했다가 '라이트함'에 "볼 게 없다"고 실망하기도 했다. 이 부분도 KBO가 앞으로 고민할 부분인 것은 맞다.

하지만 이번 팝업스토어의 성공이 주는 의미는 크다. '야구는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젊은 '비 야구팬들'의 관심을 한번쯤은 불러올 수 있을만한 시도였고, 이미 유입된 젊은 야구팬들에게는 KBO리그에 대한 충성심과 애정을 고취시킬 수 있는 재미난 이벤트였다. 흥행 위기 의식을 느끼는 KBO가 가장 절실하게 '타겟'으로 삼는 이들이기도 하다.

젊은 야구팬들을 야구장으로 모으고, 야구 콘텐츠를 소비하게 만들고 싶다면 책상에 모여 의논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들이 요즘 즐기고, 소비하는 유행의 정중앙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성수동=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