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온라인 상에서 흔히 등장하는 단어 중에 '파파미'라는 게 있다. '파고 파도 미담'이라는 뜻을 담은 축약어다. 남에게 굳이 드러내지 않았던 좋은 행동들이 뒤늦게 알려지게 됐는데, 알고보니 그런 일들을 수차례 했던 사람을 지칭한다. '국민MC'로 불리는 연예인 유재석이나 꾸준히 수많은 여성 단체 등에 기부활동을 펼친 아이유 등이 '파파미'의 대표주자들이다.
K리그에도 '파파미'가 있다. 제주 유나이티드의 에이스이자 리그 득점왕 2연패에 도전 중인 주민규(32)다. 그의 또 다른 별명은 '미담 제조기'다. 동료 선후배는 물론 팬들에게도 친절하기로 유명하다. 친절한 마음씨를 행동으로도 곧잘 옮긴다. 팬들에게 커피차를 쏘는가 하면, 팀이 진행하는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에도 흔쾌히 참여할 뿐만 아니라 직접 기부도 한다. 지난 1월 'K리그 전지훈련 미디어캠프' 때에는 제주특별자치도 축구협회를 통해 제주도 유소년축구발전기금으로 또 10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이런 주민규가 또 뜻깊은 기부 활동을 했다. 그런데 이 기부는 종전과는 조금 다른 점이 있다. 이전의 사회공헌 활동 및 기부는 축구 팬, 유소년 축구선수 등 축구와 관련된 분야에 걸쳐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축구 분야가 아니었다. 제주 지역 사회 및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관심을 담은 기부였다. 주민규는 제주의 아픈 역사를 다독이는 의미를 담아 지난 8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성남FC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제주 4·3 평화재단에 1000만원을 기부했다. 고희범 이사장을 직접 만나 기부금을 전달했다.
사실 이런 기부행위는 여느 선수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기부 활동을 아예 하지 않는 선수도 부지기수지만, 기부 활동을 하더라도 보통은 유소년 축구단이나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위한 것에 한정돼 있다. 역사나 사회운동 관련 단체에 기부하는 케이스는 매우 드물다. 자칫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고, 일단 선수 스스로가 해당 단체의 명확한 활동 목적을 알기도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주민규의 이번 기부활동은 꽤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주민규가 제주 4·3평화재단에 기부하게 된 이유는 기본적으로 제주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K리그1에서 본격적으로 성공시대를 열게 된 인연으로 제주에 대한 애정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제주도민들에게 '4·3'은 매우 특별한 역사다. 1948년 제주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해방 이후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수많은 제주도민이 희생된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상처다. 제주 구단은 제주도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제주 4·3 홍보를 확대하기 위해 매년 4월 한 달간 유니폼에 동백꽃 패치 부착 등 제주 4·3 평화재단과 함께 노력한다.
이를 보며 연고지에 대한 역사의식을 갖게 된 주민규는 "4·3은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아픈 역사"라며 기부의 계기를 밝혔다. 그는 "제주도는 내게 특별하다. 제주도민과 팬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 나 역시 제주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서 그동안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 싶었다. 제주 4·3 희생자들과 유족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