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미드필더' 황인범(26)은 탁월한 실력만큼 따뜻한 인성으로 축구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선수다.
대전 유스 출신 성골, '대전의 아들'로서 해외 진출에 성공했고, 러시아 루빈 카잔에서 뛰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4월 FC서울 유니폼을 입었지만, 대전 팬들은 여전히 그를 사랑한다. 급물살을 탄 서울행을 앞두고 황인범은 고향 대전 팬들을 찾아 직접 이유를 설명하고 진심을 다해 팬들을 설득했다. 자본의 원리, 철저한 이해타산에 따라 움직이는 냉철한 프로의 세계에서 그는 따뜻한 인간미를 잃지 않는, 참으로 귀한 선수다. 지난달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칠레와의 A매치 현장서도 대전 팬들은 '비상하라! 대전의 아들 황인범' 플래카드를 내걸고 뜨거운 환대를 보여줬다. 황인범은 단 7경기를 뛴 짧은 시간, 서울 팬들에게 강력한 임팩트를 남겼다. 6월 서울과의 계약만료를 앞두고 황인범의 여권을 몰수해야 한다는 우스개와 함께 관중석엔 잔류를 열망하는 팬들의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안익수 서울 감독 역시 "남대문 시장에서 수갑을 사려고 한다"며 황인범의 잔류를 희망했다. SNS에선 '#서울人범#범in서울' 해시태그 운동까지 펼쳐졌다. 그리고 16일 아우스크부르크 등 잇단 유럽 링크설 속에 황인범이 FC서울과 재계약했다는 소식<스포츠조선 단독>이 전해졌다.
'황인범 FC서울 오피셜' 하루 전날인 15일 동아시안컵 출전을 위해 파주NFC에 소집된 여자축구 A대표팀에선 또 하나의 '황인범 미담'이 전해졌다. 황인범은 지난달 말, FC서울과의 임대 계약이 만료된 후 동아시안컵을 앞둔 대한축구협회과 벤투 감독의 배려로 파주NFC에서 나홀로 체력 훈련을 꾸준히 이어왔다. 마침 파주NFC엔 여자 A대표팀과 함께 내달 코스타리카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 나서는 어린 여자대표팀 선수들이 합숙중인 상황. 여자축구 선수들과 자연스러운 교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황인범은 생애 첫 세계대회에 나서는 고등학생, 대학생 축구 후배들을 위해 통큰 선물을 쐈다. 따뜻한 마음씀씀이, 남녀 축구대표팀을 넘나들며 누나, 여동생 '선후배'들에게도 사랑받는 이유다.
'지메시' 지소연(수원FC)은 "(황)인범이가 여자축구대표팀과 후배들 전체에게 커피를 쐈다"고 귀띔했다. "농담처럼 커피 좀 쏘라고 했더니 기꺼이 그러겠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주장 김혜리 역시 황인선 U-20 여자대표팀 감독에게 "(황)인범이가 여자축구 후배들 커피랑 맛있는 거 사주시라고 금일봉을 주고 갔다"며 특별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2010년 U-20 월드컵 3위' 멤버인 '캡틴' 김혜리는 "2010년에 저희가 처음 세계 3위에 올랐던 기억에 남는 대회인데 아직 대회가 열리는 것 자체를 모르는 분들도 많다. 20세 이하 여자월드컵이 더 많이 알려지고 우리 후배들이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김혜리를 비롯, 윤영글, 최유리, 추효주, 정유진 등 A대표팀 '언니'들은 오전 훈련 후 무더위 속에서도 U-20 후배들의 훈련을 세심하게 지켜보며 응원했다. "동생들, 힘내! 파이팅!" 한목소리로 응원의 메시지도 남겼다.
한편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 A대표팀은 1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결전지인 일본 가시마로 떠났다. 한국, 일본, 중국, 대만이 풀리그 방식으로 치르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2005년 초대 챔피언 이후 무려 17년만의 정상에 도전한다. 19일 일본, 23일 중국, 26일 대만과 차례로 맞붙는다.
첫 여성 사령탑 '레전드' 황인선 감독이 이끄는 U-20 여자대표팀은 27일 멕시코로 출국해 열흘간 전지훈련, 멕시코 등과 친선전을 치른 후 내달 7일 코스타리카로 이동, 조별예선에서 내달 12일 캐나다, 15일 나이지리아, 18일 프랑스와 잇달아 맞붙는다. 2010년 3위 이후 역대 최고 성적에 도전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