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별로던데요."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KIA 타이거즈 진갑용 수석 코치(48)는 아들 진승현(19·롯데 자이언츠)의 투구를 이렇게 평했다.
진승현은 22일 부산 KIA전에서 팀이 2-4로 뒤진 7회초 선발 투수 찰리 반즈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 타자 볼넷을 허용한 진승현은 이후 세 타자를 가볍게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 했다. 비록 팀 패배로 빛이 바랬지만, 진승현의 배짱투는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반대편인 3루측 더그아웃에서 진승현의 투구를 바라본 진 코치는 "별로였다"고 심드렁하게 답했다. 이어 "감독님이 '(진)승현이가 잘 던지돼, 우리가 이겼으면 좋겠다'고 농담을 하셨는데, 그대로 이뤄졌다"고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그라운드에선 아들 이전에 상대 선수일 수밖에 없었던 진 코치였다.
물론 속내는 달랐다. 진승현이 야구 선수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래, 공식전에서 진 코치 앞에서 공을 던진 건 22일이 처음이었다. 진 코치는 "사실 마음이 떨리긴 하더라"며 부정(父情)을 끝내 숨기진 못했다.
진승현은 23일 "고교 시절 연습 경기 이후 아버지 앞에서 던진 게 처음이었다. 이닝을 마치고 아버지 쪽을 바라봤는데, 딴청을 부리고 계시더라"고 웃은 뒤 "경기가 끝난 뒤 밥을 사주셨는데, 내 투구를 보고 '별로'라고 하시더라"고 미소지었다. 이어 "어제 관중석에서 할머니, 어머니가 지켜보고 계셨는데, 아마 아버지보다 좋아하셨을 것"이라고 웃음을 지었다.
진승현은 "만족할 만한 경기는 아니었다. 내가 던진 것을 차치하고 팀이 패하지 않았나"라며 "다음엔 아버지 앞에서 이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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