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프로야구팀에 몸담은지 17년, 지옥같은 암흑기를 보낸 레전드조차 처음 겪는 시련에 직면했다
롯데는 2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1대6으로 무기력하게 패했다. 이틀전 KIA 타이거즈에게 당한 23대0 패배의 후폭풍이 그대로 이어진 경기였다.
후반기 4연패를 당한 롯데와 5위 KIA의 격차는 이제 7경기가 됐다. 아직 50경기 넘게 남아있다곤 하지만, 자신감 넘치는 어느 프로팀 감독에게 물어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만큼 쉽지 않은 격차다. 매년 기적을 지휘해온 김태형 두산 감독조차 "한 4경기 정도면 어떻게든 해보겠는데 7경기가 넘으니…"라며 한숨을 쉴 정도의 격차다.
프로야구팀 응원단장을 17년 하면서 단 한번도 한국시리즈에 가지 못한 남자가 있다. 조지훈 롯데 응원단장이다. 이대호의 은퇴시즌인 올해, 누구보다도 많은 준비를 하며 새 시즌을 준비했다. 하지만 롯데는 또한번 그를 좌절시키고 있다.
응원단장에게 있어 현장 팬심 이탈은 말 그대로 굴욕이다. 야구선수에게 있어 가장 두려운 것은 적군의 환호와 응원이 아니라 아군의 한숨이다. 자신도 모르게 상대팀 응원을 따라하는 팬들을 제지하는 것도 응원단장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하지만 KBO 역대 최다점수차 패배 신기록을 직관하는 롯데 관중석 분위기는 실로 남달랐다. KIA의 홈런이 터지자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등 노골적으로 KIA를 응원했다. 해탈과 분노가 어우러진 흉흉한 모습이었다.
수화기 너머 조 단장의 목소리는 힘이 쭉 빠져있었다. 그는 "저도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며 좀처럼 말을 잇지 못했다.
"제가 부족했습니다. 더 열심히 해야죠. 그게 응원단장의 임무 아니겠습니까."
뜨거운 한숨과 함께 말을 아끼며 조 단장은 새로운 한주를 준비했다. 래리 서튼 감독도 경기전 '리셋'을 강조하며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더그아웃 분위기는 관중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롯데는 경기 시작과 함께 1회에만 6점을 내줬다. 선발투수 김진욱은 단 ⅓이닝 만에 5실점하며 강판됐다.
나균안 이민석 진승현 등 롱맨들이 선발보다 잘 던지는 모습은 올해 롯데에서 정말 흔하게 볼 수 있다. 그 중심에 '불꽃놀이의 남자' 스파크맨과 아직은 부족한 괴물 신예 김진욱이 있다.
피터스 대신 새롭게 합류한 렉스도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렉스는 2경기에서 8타수 무안타 5삼진에 그쳤다.
전반기 막판 4연승의 기대감을 안은 후반기. 하지만 그 시작은 4연패였다. 스파크맨의 교체 가능성도 높지 않은 현실 속에서 롯데는 남은 시간 반등을 이뤄내야한다. 진짜 '기적'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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