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세번째 외인 타격왕이 탄생할까. 가능성이 높다.
주인공은 삼성 라이온즈 호세 피렐라(33)다. 27일 현재 3할4푼7리의 타율로 타율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지난 28일 한화전에서는 동점 스리런홈런과 끝내기 홈런 등 멀티 홈런으로 원맨쇼를 펼쳤다. 4타수3안타 4타점 맹활약. 후반기 들어 더 매섭게 타오르고 있다.
2위 키움 이정후는 3할3푼3리, 3위 롯데 이대호는 3할3푼, KIA 나성범(0.324), KIA 소크라테스(0.323)가 뒤를 쫓고 있다.
장외 타격왕 후보들도 살짝 주춤하다. 3할5푼대를 오르내리던 NC 박건우는 3할4푼4리, LG 문성주는 3할3푼6리로 피렐라 아래로 내려왔다.
피렐라가 타격왕에 오르면 현대 브룸바(2004년)와 NC 테임즈(2015)에 이어 3번째 외인 타격왕에 등극하게 된다. 수시로 나오는 홈런왕과 달리 외인한테는 그만큼 오르기 만만치 않은 자리다.
피렐라의 고공타율은 반짝이 아니다.
시즌 내내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특유의 거침 없는 풀스윙과 전력질주로 대변되는 투혼의 야구.
2년 차를 맞아 한국 투수들의 유인구 승부에 대한 참을성이 늘었다.
KBO 공식 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의 통계에 따르면 피렐라의 헛스윙 비율은 지난해 9.9%에서 올시즌은 9.5%로 줄었다. 대신 루킹 스트라이크 비율은 16.5%에서 13.9%로 줄었다.
유인구는 참고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는 공은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는 의미다.
피렐라는 111경기를 소화한 29일 현재 23홈런과 87타점을 기록중이다. 지난해 140경기 29홈런 97타점 페이스와 흡사하다. 대신 2할8푼6리던 타율은 3할4푼7리로 껑충 뛰어올랐다. 득점권 타율도 지난해 2할8푼8리에서 올시즌 3할5푼9리로 크게 올랐다.
특급 외인타자의 상징인 '30홈런-100타점' 장타와 클러치 능력은 고스란히 둔 채 정교함만 크게 강화한 셈.
지난해 시즌 막판 뚝 떨어졌던 페이스(전반기 0.312, 후반기 0.249)도 올시즌은 다르다.
전반기 3할4푼을 기록했던 피렐라는 후반기 3할6푼7리로 더 가파른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피렐라는 홈런 욕심은 따로 없다. 그저 설정해 놓은 스트라이크 존에 오는 공을 힘껏 치다보니 담장을 넘어가는 것 뿐이다. 그는 늘 "나는 홈런타자가 아니다. 열심히 치고 출루하고 적극적으로 뛰는 타자"라고 스스로를 규정한다.
홈런왕에 대한 욕심은 없지만 타격왕에 대한 욕심은 없지 않다.
타격 1위에 대한 생각을 묻자 피렐라는 검지를 입에 대며 "쉿~"하는 제스처로 웃음을 자아냈다.
의식하면 이뤄지지 않는 타이틀. 특히 하루 하루 업다운을 오르내리는 타율은 더욱 그렇다. 시즌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목표는 자연스레 이뤄진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피렐라 야구의 정체성처럼….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