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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형님들 고마워요” 불 꺼진 잠실구장 LG 팬들의 ‘부산갈매기’ 떼창, 이대호 마지막 경기가 LG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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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팬들이 하룻밤에 두 번 열광했다. LG 트윈스의 승리와 오지환의 20홈런-20도루 기록 달성에 기뻐한 LG 팬들이 경기 종료 15분 후 롯데의 대역전승 소식에 더 환호했다.



1위 SSG 랜더스와 2위 LG의 게임차가 다시 3으로 좁혀졌다.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LG가 5대0 완승을 거뒀다. 반면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SSG가 9회에만 무려 5점을 내주며 8대9로 역전패했다.



LG는 선발투수 켈리가 6이닝 3안타 무4사구 8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이어 등판한 불펜진도 단 한 점을 내주지 않았다. LG의 철벽 수비도 투수들의 호투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두산은 선발투수 박신지가 5이닝 2실점(1자책)으로 호투했지만 야수들의 아쉬운 수비가 발목을 잡았다.



이날 LG는 팀 승리와 더불어 주장 오지환이 대기록 달성의 기쁨을 누렸다. 6회초 무사 볼넷으로 나간 오지환이 문보경 타석에서 2루 도루에 성공하며 데뷔 후 처음으로 20홈런-20도루 기록을 세운 것. KBO리그 역대 56번째 기록이자, LG 선수로는 송구홍(1992년) 김재현(1994년) 이병규(1999년) 이후 4번째로 20-20클럽에 가입한 선수가 됐다.

LG와 두산의 경기가 끝난 시각은 21시 35분. 그때 부산 사직구장에서는 4-8로 뒤진 롯데의 9회말 마지막 공격이 시작되고 있었다.



4점차를 9회에 뒤집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롯데 형님'들의 믿을 수 없는 뒤집기 한판이 벌어졌다.



첫 타자 지시완의 안타를 시작으로 무사 1, 2루에서 잭 렉스가 문승원을 상대로 스리런포를 쏘아 올리더니, 이대호와 전준우의 안타에 추재현의 볼넷으로 만든 1사 만루에서 안치홍이 주자 2명을 불러 들이는 끝내기 안타를 터트렸다. 겨우 15분 남짓한 시간 동안 순식간에 벌어진 대 역전극이다.

잠실야구장 복도와 야구장 밖에서 숨 죽인 채 롯데 경기를 중계방송으로 지켜보던 LG 팬들이 야구장이 떠나가라 환호성을 질렀다. 곧이어 롯데의 대표 응원가인 '부산 갈매기' 떼창이 불 꺼진 잠실구장 안에까지 크게 울려퍼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경기 후 각종 스포츠게시판도 "롯데 형님들 감사합니다"같은 내용의 LG 팬들의 글로 도배됐다.



1위 SSG가 18경기를 남겨 둔 가운데 3게임차 뒤진 2위 LG는 그보다 4경기 많은 22경기를 남겨뒀다. SSG가 부진에 빠진 사이 LG가 무섭게 따라 붙고 있다. 시즌 끝까지 1위 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다. 2021 시즌에도 동률을 이룬 삼성과 KT가 타이브레이커를 치르고서야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올 시즌 최종전은 10월 8일 열린다. LG는 부산에서 롯데와, SSG는 대구에서 삼성과 맞붙는다. LG와 SSG 모두 그 전에 1위를 확정 짓는 게 각자 최선의 시나리오다.



올해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이대호의 마지막 경기 상대가 공교롭게도 LG다. 7월 3일 잠실에서 열린 박용택의 은퇴 경기를 롯데가 '결과적으로' 빛내준 것처럼, LG도 이대호의 은퇴 경기를 빛내줄 수 있을까?



'내 코가 석 자'인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물론,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빅보이' 이대호의 은퇴 경기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