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시즌을 시작하면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선수 본인은 물론, 동료선수와 코칭스태프까지 모두 말이다.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 한 시즌 개인 최다승을 거두고, 최다 이닝을 던지고, 또 팀 내 최다승 투수가 됐다. 프로 14년차, 32세 베테랑 투수가 어메이징 스토리를 썼다.
한화 이글스 우완 장민재(32)는 최근 2주 연속 LG 트위스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지난 18일 LG전에 선발등판해 5이닝 4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104개의 투구로 LG 타선을 꽁꽁 틀어막았다. 그의 눈부신 호투 덕분에 팀은 5대1로 이겼다. 장민재는 1227일 만에 잠실구장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6일 뒤인 24일, 장민재는 또 LG전에 선발로 나섰다. 팀은 4연패 중이고, 장소는 같은 잠실구장이었다.
이번에도 장민재가 웃었다. 6회 2사까지 3안타로 봉쇄했다. 5⅔이닝 동안 평소보다 많은 5볼넷을 내줬지만 무실점으로 막았다. 김인환이 2점 홈런을 터트렸고, 팀은 2대0으로 이겨 연패에서 벗어났다. 장민재의 노련한 투구가 만든 해피엔딩이다.
2주 연속 LG를 상대로 10⅔이닝 연속 무실점에 선발 2연승을 거뒀다. LG 선발투수가 KBO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 케이시 켈리였고, 타격 1위팀을 상대로 한 역투였기에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갈 길이 바쁜 LG 입장에선 장민재가 '저승사자'처럼 보였을 것이다.
올해 LG를 상대로 4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0.56을 기록했다. 16이닝 동안 딱 1점만 내줬다. 트윈스 킬러의 면모다.
24일 LG전까지 총 31경기에 등판해 120⅔이닝을 던졌다. 7승8패, 평균자책점 3.51을 기록했다. 2016, 2018, 2019년 기록한 6승을 넘어 개인 최다 7승을 거뒀다. 또 2016, 2019년 119⅓이닝을 넘어 한 시즌 최다이닝 투구를 했다. 팀 내에선 김민우(152이닝)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고, 가장 많은 승리를 쌓았다.
지난 해 12경기에서 29⅓이닝을 던지고 2패-평균자책점 2.76을 기록한 30대 투수가 거둔 성과다.
이번 시즌 첫 6경기를 구원투수로 던졌다. 중간계투로 시즌을 시작했다. 기회는 갑자기 찾아왔다. 외국인 투수 둘이 동시에 부상으로 빠졌다. 국내 투수가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야 했다. 벤치는 장민재를 지목했다. 어디까지나 임시선발 신분이었다.
2년째 팀 리빌딩을 진행중인 팀이다. 30대 베테랑 투수는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4월 22일 SSG 랜더스전에 첫 선발로 등판해 4이닝 1안타 무실점 투구를 했다. 이후 난타를 당해 조기강판하는 경기도 있었지만, 5~6이닝을 버티고 채우면서 시즌을 이어갔다. 선발진 변화에도 자리를 지켰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장민재를 알아보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장민재는 지난 4월 말 불펜투수에서 선발로 전환한 후 김민우 남지민과 함께 선발 로테이션 굳건하게 지켰다.
이번 시즌 달라진 점, 호투 비결을 물어보면 장민재는 "매년 시즌을 시작하기 전까지 선발투수로 던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신이 있었다"고 말한다.
충실히 준비하고 연구하면서 마운드에선 장민재에게 올해가 프로 최고 시즌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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