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및 통합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다음달 미국과 영국에서 해외기업결합 승인이 이뤄질 전망이다. 영국의 기업결합 승인이 이뤄지면 EU의 기업결합 승인도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월 9개 필수신고국가 경쟁당국에 기업결합 신고를 진행한 이후 지난달 1일 호주를 비롯해 터키, 대만 베트남 등으로부터 기업결합승인을 받았다. 현재 상황대로라면 올해 안에 인수 및 통합작업을 마무리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기업결합에 따른 포기 노선이 외항사로 돌아가게 되는 만큼 국내 항공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한항공이 대체 항공사로 외항사가 아닌 국내 항공사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6일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이후 장거리 노선 대체 필요 항공 편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양사가 운항하는 유럽·호주·미주 노선의 운항 편수(2019년 기준)는 주 183회인데 기업결합 이후에는 다른 항공사가 이중 69회를 대신 운항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각국 규제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통과를 위해선 노선 점유율을 독과점 기준인 50%이하로 낮추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해당 노선은 대체항공사가 맡게 된다.
일례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인천-파리 노선을 주 12회 운항, 점유율이 60%에 달한다. 점유율을 50% 아래로 맞추기 위해 주 3회 운항을 포기해야 한다. 양사의 점유율이 68%인 프랑크푸르트, 75%인 로마, 66%인 런던, 100%인 바르셀로나 노선의 경우에도 각각 주 4회, 3회, 4회, 4회를 줄여야 한다. 점유율이 100%인 뉴욕 노선과 LA노선은 각각 11회와 14회, 83%인 호놀룰루 노선은 10회, 69%인 샌프란시스코는 7회, 64%인 시애틀 노선은 2회 등을 줄이는 게 불가피하다. 미주 노선은 유나이티드항공, 델타항공 등의 미국 항공사가 운항을 확대하거나 취항하고, 인천~런던 노선에는 영국 항공사 버진애틀랜틱이 신규 취항할 것으로 예상된다. 버진애틀랜틱은 최근 대한항공이 소속된 글로벌 항공 동맹체인 스카이팀에 합류한 바 있다.
박 의원은 "향후 10년간 이뤄질 항공산업 재편 과정에서 더 많은 국내 항공사들이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해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