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내 뒤를 이을 선수는 (강)민호인데…왜 삼성(라이온즈)에 있나?"
아쉬움, 안타까움, 일말의 섭섭함까지 담겼다.
8일 부산 사직구장.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40)는 은퇴전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기자회견에 임했다.
이날 이대호는 '기억에 남는 경기'를 묻는 질문에 뜻밖에도 '도하 참사'로 불리는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을 떠올렸다. 일본과 대만에 밀려 동메달에 그쳤던 대회다. 이대호는 "국가대표하면서 좋은 기억이 많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땄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좋은 성적 내지 않았나"라면서도 굳이 이 대회를 골랐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비난받고 힘들었던 때다. 열심히 했지만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그 허무함은 잊지 못한다. 잘했을 때는 모두가 응원하고 좋아하시지만…못했을 때도 조금은 응원해주시면 한국 야구가 좀더 발전하지 않을까."
은퇴 후엔 마음이 편하지 못해 사직구장에 오기 힘들 것 같다는 이대호. 그는 언제쯤 편하게 사직을 찾을 수 있을까.
이대호는 "내가 여기 20년을 왔는데…후배들은 응원하겠지만, 사직에 딱 오면 나도 모르게 유니폼 갈아입고 방망이 들어야될 것 같은 기분"이라며 "당분간은 오기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앞으로 응원 많이 하겠다"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강민호는 지난 5일 방송 인터뷰에서 '이대호에게 한마디 하라'는 요청에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끝내는 울음을 터뜨렸다.
"대호 형한테 많은 것을 배웠다. 힘들었을 때 많이 의지하고, 덕분에 프로에 적응하고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었다. 떠난다고 하니 아쉽지만, 너무 멋있게 떠나는 것 같다"고 말하는 강민호의 목소리는 절절했다.
강민호 이야기가 나오자 시종일관 차분하게 자신의 야구 인생을 돌아보던 이대호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강)민호는 삼성에 있으면 안되는 선수인데…정말 마음이 아팠다. 민호도 그렇고 (손)아섭이도…제일 힘들 때, 팬들이 말하는 '비밀먼호' 시절 잘해보자 외치면서 함께 이겨내고 여기까지 온 선수들이다. 두 선수가 롯데에 없는 사실이 정말 안타깝다. 내 뒤에 롯데를 이을 선수는 강민호라고 봤다."
이대호와 강민호는 15년간 롯데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소속팀은 물론 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까지 함께 했고,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과 함께 '비밀번호(8888577)'로 불리는 롯데의 암흑기를 함께 깬 주역들이다.
롯데 역사상 최고의 포수, 이대호의 뒤를 이을 부산의 슈퍼스타, 차기 영구결번이 유력했던 선수다. 하지만 강민호는 2017시즌 후 FA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민호는 삼성, 아섭이는 NC(다이노스)에 있지만…더 잘했으면 좋겠다. 팀은 달라도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앞으로는 잘하는 롯데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가는 일이 없길 바랄 뿐이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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