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아쉬움 가득했던 도쿄올림픽. 그러나 한국 야구의 미래를 발견한 무대이기도 하다.
이의리(20·KIA 타이거즈)는 도쿄올림픽을 통해 대표팀 차세대 좌완으로 발돋움했다. 도미니카공화국(5이닝 3실점), 미국(5이닝 2실점)을 상대로 잇달아 5이닝 투구를 펼쳤다. 특히 두 경서 18개의 탈삼진을 뽑아내며 부문 대회 공동 1위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최고 151㎞의 힘 있는 직구, 타이밍을 빼앗는 체인지업으로 큰 경기에서 통할 수 있는 투수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이번 포스트시즌 앞둔 KIA 김종국 감독도 1년 전을 추억했다. 그는 "이의리에겐 첫 포스트시즌이지만, 지난해 도쿄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경험했던 선수"라고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면서 와일드카드 결정전 승리 뒤 이어질 2차전 선발로 염두에 둔 양현종을 제외한 투수 전원을 KT전에 대기시킨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의리도 예외가 아니었다.
김 감독의 구상대로 이의리는 KT전에서 팀이 2-3, 1점차로 추격하던 8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강력한 구위를 바탕으로 KT 타선을 막아내고, 9회초 역전 실마리를 잡는다는 게 KIA 벤치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이의리는 안타 1개, 볼넷 2개로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결국 배정대에게 싹쓸이 2루타를 내주면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의리는 좀처럼 긴장을 풀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선두 타자 안타를 내준 뒤 제구 문제를 좀처럼 풀지 못했다. 공은 빨랐지만, 들쭉날쭉한 피칭이 이어지면서 볼넷 악몽이 살아났다.
3루측 관중석을 가득 채운 KIA 팬들은 "이의리"를 연호하며 반등을 기대했다. 만원 관중 앞에서 펼치는 1점차 승부 구원 등판은 이의리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중압감이다. 코로나19 가운데 펼쳐진 도쿄올림픽은 제한적 관중 입장이 이뤄진 무대였고, 이의리가 매번 해오던 선발 등판이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부담감은 이번 KT전보다 덜했다.
이의리가 마운드에 오를 때 KT 타선은 하위 타순부터 출발했다. 하지만 앞선 타석에서 좌전 안타를 만든 배정대가 선두 타자로 나서는 타이밍이었고, 이후에도 베테랑 박경수, 이날 멀티 히트를 기록한 심우준 등 우타자가 줄줄이 나서는 라인업이었다. KIA 벤치는 전문 불펜 요원을 활용하는 대신 이의리의 강력한 구위에 기대를 걸었지만, 결과적으로 이의리는 큰 무대의 중압감과 상성을 이겨내지 못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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