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12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성남전. 2대1로 수원FC가 승리를 거두며 2년 연속 잔류를 확정지었다. 잔류의 기쁨을 나누던 서포터스가 준비한 걸개를 펼쳐들었다. '축구팀에는 축구인 단장 김호곤을!', '김호곤 4년 성과 재계약은 당연하다'는 내용이었다. 선수단은 물론 구단 프런트까지 놀란 깜짝 걸개였다.
김호곤 단장은 2022시즌을 끝으로 수원FC와 계약이 만료된다. 2019년 2월, 수원FC 단장직에 오른 김 단장은 3년8개월간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2020년 5년만에 팀을 K리그1로 승격시킨데 이어, 2021년에는 창단 처음으로 파이널A에 진출시켰다. 5위라는 역대 최고 성적을 달성했다. 올 시즌도 단 1점차로 아쉽게 파이널A행에 실패했지만, 1차 미션인 잔류에 일찌감치 성공했다. 또 한번의 만족스러운 시즌이었다.
수원FC는 지난 세 시즌 동안 김 단장과 함께 한 김도균 감독과 지난 9월 2년 재계약을 마쳤다. 하지만 김 단장은 다르다. 여러 차례 재계약안을 올렸지만 재가를 받지 못했다. 프런트는 물론, 수원시 체육계 관계자 역시 김 단장과의 동행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구단주인 이재준 수원 시장이 아직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수원시 안팎에서는 선거 당시 함께 했던 인물을 두고 고심 중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팬들이 나섰다. 수원FC 서포터스 리얼크루는 김 단장의 재계약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데 이어, SNS에서 '#우리의단장님', '#단장님우리가지켜'라는 해시태그를 다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곽재일 리얼크루 회장은 "김 단장님의 재계약이 지지부진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래 전부터 기획했다"며 "구단과는 어떤 소통도 하지 않았다. 서포터스끼리 이심전심 뜻이 통하며 자체적으로 걸개부터 성명서까지 준비했다"고 했다.
사실 시도민구단에서 '단장'은 '공공의 적'이다. 선거에 공을 세운 보은인사가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게 대부분이다. 구단이 나락으로 떨어질 때마다 집중 타깃이 된다. 때문에 '단장 퇴진' 구호는 익숙하지만, '단장 잔류'를 요구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곽 회장은 "단순히 성적 때문만은 아니다. 김 단장님이 오시고 많은 게 달라졌다. 선수단 환경에 신경써주시면서 외부적으로도 많은 발전을 이뤄냈다"며 "확실히 경험이 많으신 분이라, 무엇보다 팀을 생각해주시는 마음에 단기 보다 장기적으로 보고 가시는 게 많으시더라. 그래서 이런 분이 팀을 보다 오래 이끌면 우리 팀이 얼마나 더 발전할까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우리가 나선 이유"라고 설명했다.
K리그1에 연착륙했지만, 수원FC가 갈길은 여전히 멀다. 보다 좋은 팀으로 가기 위한, 갈림길에 서 있다. 당장 다음 시즌 리빌딩을 해야 한다. 보강 해야할 포지션이 한둘이 아니다. 잔류를 확정지은 후 김 감독의 한숨이 오히려 늘어난 이유다. 이런 순간 변화는 독이 될 수 있다. 정치적인 이유로 인한 변화가 만든 폐혜는 K리그 역사에 수없이 많다. 김 감독과 김 단장은 지난 3년간 환상의 케미를 보였다. 새로운 파고를 헤쳐나갈 시너지의 힘을 이미 증명했다. 팬들이 김 단장의 재계약을 원하는 이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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