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2015년 폐지된 국제축구연맹(FIFA) 선수 에이전트 제도가 8년만에 '부활'한다.
국내의 한 공인 에이전트는 19일 "FIFA가 새로 시행될 에이전트 제도의 일환으로 2023년에 에이전트 시험을 재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 새로운 제도에 대한 윤곽은 어느 정도 나온 상태이고, 마지막 조율을 거쳐 올 연말 또는 내년 초에 확정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KFA)측도 "내년에 다시 에이전트 시험을 치르는 건 확정"이라고 밝혔다.
8년만의 '부활'이다. FIFA 에이전트 제도는 2015년 4월 전격 폐지됐다. 그 일환으로 2014년 에이전트 시험도 없앴다. FIFA는 2015년 당시 전체 계약(이적)의 약 25~30%만이 공인된 에이전트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런 이유로 각 나라 실정에 맞게 운영하는 '중개인 제도'가 더 낫다고 판단했다. 각국 협회에 일종의 '자유'를 부여한 것이다.
FIFA가 에이전트 제도를 다시 꺼내든 건 중개인 제도가 '실패했다'고 자인한 셈이다. 지난 8년간 이면계약, 높은 중개수수료 등 기존 제도의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축구계 평가가 나왔다. 우선 중개인 수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대한축구협회 중개인 등록 숫자만 봐도, 2018년 1월 88명에서 2020년 1월 161명으로 2년만에 두 배 가량 늘었다. 2022년 4월 기준으로 209명이다. 현 중개인 제도에선 '만 19세 이상 전과가 없고 축구업 종사자가 아닌 인물'이라면 누구나 등록할 수 있도록 돼있다. 기존 'FIFA 에이전트 시험을 통과한 자,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낫다. 2006년, 2009년, 2012년 시험에선 단 1명만이 시험에 합격할 정도로 고난도를 자랑했었다. 이번엔 기존 자격증 소지자는 재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되지만, 자격증 미소지자는 시험을 통과해야 공인 자격증을 얻을 수 있다.
에이전트 수수료도 상승 곡선을 그렸다. 전 세계 에이전트 수수료는 2015년과 2019년 사이에 4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전 세계 에이전트 수수료로 쓰인 돈은 6억4500만달러(현재환율 약 9335억원)에 달했다.
중개 수수료도 천차만별이다. 소위 '로컬룰'이 적용되다보니 클럽과 에이전트, 클럽과 선수, 에이전트와 선수간 거래를 할 때 이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FIFA는 결국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에이전트가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을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새 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키로 결정했다. 지난 2년여간 긴 논의 끝에 시험 제도 재도입, 수수료 상한선 도입, 에이전트-선수 계약기간 변화 등을 골자로 한 새 에이전트 제도를 만들었다. 선수의 중개 수수료 지급 의무화, 변호사의 시험 의무화, 각국 협회를 통한 거래 등에 관한 내용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FIFA가 자금 흐름을 파악해 궁극적으론 에이전트까지 관리하겠다는 취지가 담겼다.
국내 에이전트 업계에선 새 제도가 기존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이 제도가 프로축구계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