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제가 이번에는 정말 말을 아끼고 싶어요."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만 4개나 가지고 있는 사나이. 이제는 최고령 타자로 한국시리즈 무대에 나섰다. SSG 랜더스 김강민은 1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유독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다른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고, 베테랑 타자로써 굳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서서 하기 보다는 뒤에서 묵묵히 후배들을 격려해주고싶은 마음이 묻어났다.
"정말 평소대로 준비했다. 후배들에게 뭔가 이야기 해줄 것도 없다. 평소랑 다르게 하면 될 것도 안된다"며 손사레를 쳤다. 그러면서도 '경험'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보였다. 아직 우승 경험이 없는 키움과 달리, SSG에는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상당수다. 가장 최근 한국시리즈 우승이 2018년인만큼 경험이라는 보물을 가지고 있다.
마침 전날 미디어데이에서의 발언이 화제가 됐다. 키움 이정후는 "젊은 패기"를 강조했고, SSG 한유섬은 "짬(경험)"을 앞세웠다. 김강민은 '패기'과 '경험'의 차이를 묻자 "아마 끝나보면 알게 될거다. 굳이 제 입으로 이야기를 해야하나"라며 여유를 보였다. 우승만 4차례 해본 베테랑의 자신감만큼은 확실하게 느껴졌다. 김강민은 "그래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젊음은 참 부럽다. 제 나이에서는 그렇다"며 웃었다.
"후배들 중에 누군가가 '크레이지 가이'가 됐으면 좋겠다"던 김강민은 자신이 바로 그 '크레이지 가이'였다. 수렁에 빠진 팀을 홈런으로 구했다. 9회초 마무리를 위해 나온 노경은이 대타 전병우에게 역전 투런 홈런을 맞고 무너진 그때. 9회말 자신의 후계자 최지훈 타석에서 대타로 나와 동점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는, 기적과도 같은 홈런이었다. 김강민의 홈런이 아니었다면 SSG는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할 위기였다. 하지만 김강민의 홈런이 마법처럼 가라앉았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KBO리그 역대 포스트시즌 최고령 홈런 신기록이다. 40세1개월19일의 김강민이 신기록의 주인공이었다. 종전 기록은 최동수가 SK 소속이던 2011년 10월 28일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세운 40세1개월17일이었다. "최고령 홈런 욕심이 있냐"는 취재진의 농담에 "전혀 그런 이야기는 하지도 말라"고 했지만, 그는 해냈다.
아쉽게도 SSG는 1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6대7로 졌다. 하지만 김강민의 홈런은 SSG 선수들에게 대단한 메시지를 줬을 것이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것. 또 우승을 경험해본 팀 답게 자신감을 가지라는 것. 그리고 김강민이 왜 아직 SSG에 필요한 존재인지도.
인천=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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