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키움 히어로즈 때문에 즐거웠던 가을.
2022 시즌 프로야구는 SSG의 통합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마지막 6차전까지 손에 땀을 쥐는 승부가 벌어졌다. 마지막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얼싸안고 기뻐하는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의 모습을 보면 매년 보는 장면인데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우승팀 SSG가 주목을 받아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미안한 얘기지만, 이번 가을야구 진정한 주인공은 키움이 돼버렸다. 평소 야구에 관심이 없으시던 장인 어른도, 한국시리즈가 끝나자 "그동안 야구 때문에 즐거웠는데, 끝이 나니 너무 아쉽다"고 말씀하실 정도로 이번 포스트시즌은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 중심에 키움이 있었던 것이다.
사실 키움이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고, 그리고 한국시리즈에서 SSG를 이렇게 괴롭힐 거라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선수 연봉 총액 9위, 그동안 늘 선수 팔아 구단을 운영한다는 비난 아닌 비난을 받았던 구단. 그 팀이 강팀들을 차례차례 꺾고 올라가는 모습에 많은 팬들이 쾌감을 느낀 듯 하다. 또, 매 경기 그냥 이기고 지는 것도 아니고 박빙의 승부를 연출하니 응원하는 팀이 아니더라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사실 전력상 준플레이오프 KT 위즈전도 간당간당해 보였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 오르더니 당연히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거라던 LG 트윈스마지 무찔렀다. LG가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극심한 부담감에 짓눌린 점도 분명 영향을 미쳤지만, 키움이 야구를 잘한 게 더 중요했다. 지칠 거라던 선수들은 오히려 똘똘 뭉쳐 팀 플레이를하고, 홍원기 감독은 필요할 때마다 거짓말 같은 용병술을 발휘하며 상대 기를 꺾었다.
사실 한국시리즈도 잡을 뻔 했다. 5차전만 이겼다면, 시리즈 승부가 어떻게 될 지 몰랐다. 하지만 9회 최원태가 선두타자 박성한에게 내준 통한의 볼넷이 충격적인 역전패의 빌미가 되고 말았다. 이번 한국시리즈 명승부의 옥에 티 하나, 볼넷 판정이었다.
어찌됐든 키움의 가을야구는 끝났다. 여기저기서 '졌잘싸'라고 칭찬이 이어진다. 이야깃거리가 넘치는 팀이었다. 가난한 팀이라고 하지만 투-타 안우진, 이정후 스타가 중심을 잡았다. 안우진은 물집 투혼까지 발휘하며 팬들을 몰입시켰고, 이정후는 레벨이 다른 실력을 선보였다. '악동'이자 최고 스타 야시엘 푸이그도 팀에 녹아들어 투혼을 발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느 외국인 선수가 우승에 실패했다고 눈물을 보인 적이 있었을까. 에릭 요키시도 나가서 던지라면 던졌다.
또, 치명적 실책에 부족한 부분도 있었지만 골수팬이 아니라면 이름도 모를 김휘집, 신준우, 김동혁 등 어린 선수들이 기죽지 않고 플레이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다른 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던 김태진, 김준완 등이 주축으로 팀을 이끌어 나가는 모습도 멋졌다. 너무 많이 던진 걸 알아 얻어 맞아도 팬들이 욕하지 않은, 마무리 김재웅의 투혼도 값졌다. 이번 가을 키움은 그야말로 하나의 멋진 '팀'이었다.
프로는 투자하는 팀이 성적을 내야하는 게 맞다. 그래야 산업 자체가 발전을 한다. 그래서 키움이 우승하면 안된다는 아구계 얘기도 많았다. 하지만 지켜보는 팬들은 늘 '언더독'의 반란을 기다린다. 또, 승패를 떠나 스포츠에는 스토리가 있어야 감동이 따라온다. 그냥 돈만 써서 성적만 내면 그 효과는 '일장춘몽'과 같이 금세 사라진다. 이장석 대표 논란, 잡음 많은 구단 운영 등으로 프로야구판에서 '미운 오리'였던 키움이지만, 혼신을 다하는 플레이로 그 이미지를 어느정도 씻어낸 것 같다. 앞으로 키움 구단도 이번 가을야구처럼 건강하게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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