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45km 직구를 던지면, '강속구 투수'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시속 150km를 뿌리면 초특급, 외계인 대접을 받았다. 올 시즌 KBO리그 투수들의 직구 평균구속이 143.5km다. 5년 전보다 2km 넘게 빨라졌다. 시속 140km대 중반 정도는 웬만한 투수는 다 던지는, 평범한 구속이 됐다. 체격 조건이 좋아지고, 체계적인 훈련이 뒷받침된 덕분이다.
요즘엔 시속 150km는 가볍게 던져야 파이어볼러 대우를 받는다. 메이저리그, 일본프로야구를 보면서 부러워했는데, KBO리그에 젊은 강속구 투수들이 계속 등장한다.
키움 히어로즈 에이스 안우진(23). 올 시즌 KBO리그 에이스로 우뚝 섰다. 평균 153km를 찍었다. 시속 160km 가까운 빠른공이 제구가 돼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른다. 150km 초반직구를 던지면 컨디션을 걱정할 정도다. LG 트윈스 마무리 투수 고우석(24)은 직구 평균 153km, 슬라이더가 평균 146km이다.
빠른공이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유리한 환경이 주어진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카드를 쥐고있는 셈이다.
리빌딩을 거쳐 팀 재건에 나선 한화 이글스, 강속구 투수들의 집합소 같다. 문동주(19) 남지민(21) 김범수(27)에 루키 김서현(18)이 입단했다.
프로 첫해 문동주는 직구 평균 151km를 던졌다. 시속 150km대 중반의 빠른공이 매력적이다. 후반기엔 단조로운 패턴에서 벗어나, 결정구로 변화구를 더해 기대감을 높였다. 안우진을 롤모델로 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풀타임 선발로 나선 남지민도 150km 육박하는 빠른공이 강력하다. 두 선수 모두 내년에도 유력한 선발 후보다.
시속 150km 강속구를 던지는 좌완 김범수가 제구가 되면 상대 타자는 속수무책이다. 그는 올 시즌 KBO리그 전체 1위인 78경기에 나서 27홀드를 올렸다. 한화 선수 단일 시즌 최다 홀드를 기록했다. 전체 1라운드 지명 선수인 김서현은 시속 150km대 빠른 공을 쉽게 던지는 유망주다.
여기에 한승혁(29)이 가세했다. 지난 11일 KIA 타이거즈에서 이적했다.
전반기에 선발로 안정적인 활약을 했다. 꾸준하게 좋은 페이스를 이어가지 못했다. 고질인 제구력 난조로 무너졌다. 매년 그랬다. 들쭉날쭉했다. 기대로 시작해 실망으로 끝났다. 10년 전에도 그는 유망주였다.
기다림에 지친 KIA가 트레이드 카드로 내놨다. 프로 13년차, 만년 유망주가 선수 인생의 전환점에 섰다. 그를 잘 아는 지도자, 이대진 수석코치가 함께 한다는 게 기회다.
김범수 한승혁 문동주 김서현 모두 1라운드 지명으로 프로에 들어왔다. 해당 연도의 최고 유망주들이었다. 그런데 잠재력을 꽃피우지 못하고 유니폼을 벗는 선수가 많다. 대다수 구단에 1~2차 지명선수가 넘쳐난다. 1군 무대에 오르지도 못하고 떠나는 선수도 있다.
프로 8년차 김범수는 불펜의 주축투수로 맹활약을 했다. 건강한 몸으로 온전하게 풀시즌을 던졌다. 계속해서 꾸준한 약할을 해 줘야 한다. 문동주와 남지민은 물음표를 떼고, 주축 전력으로
도약해야 한다. 구단 차원에서 올해 충분한 시간, 기회를 줬다. 김서현은 마무리 투수를 꿈꾸고 있다. 순조롭게 적응하는 게 1차 목표다. 한승혁이 이적해서도 자리잡지 못한다면,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팀 재건은 마운드 안정에서 시작된다. 원석에 가까운 유망주, 오랫동안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강속구 투수를 모았다. 이들이 핵심전력으로 성장한다면? 한화는 긴 어둠의 터널에서 빠져나와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 투수코치와 감독을 지낸 단장, 우승팀 투수코치 출신 수석코치에 대한 기대가 크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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