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이얀(카타르)=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 3분이면 충분했다. K리그 득점왕인 '만찢남(만화책을 찢고 튀어나온 남자)' 조규성이 그라운드를 찢었다. 생애 첫 월드컵에서 카타르월드컵 1, 2호골을 쏘아올렸다. 조규성이 헤더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악몽은 재현됐다. 한국 축구는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과 유독 인연이 없었다. 4무6패, 단 1승도 없었다. 카타르월드컵에서 새로운 세상을 꿈꿨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또 눈물이었다.
대한민국이 28일(한국시각)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가나와의 2022년 카타르월드컵 H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2대3으로 무릎을 꿇었다.
승점 1점(1무1패)에 머문 벤투호는 16강 진출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버티고 있는 포르투갈과의 최종전에서 무조건 승리애야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반면 1차전에서 포르투갈에 일격을 당한 가나는 승점 3점(1승1패)을 거머쥐며 조별리그 통과에 청신호를 켰다. 가나는 최종전에서 우루과이와 만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4-2-3-1 시스템을 꺼내들었다. 황의조대신 조규성이 원톱에 포진한 가운데 2선에도 변화가 있었다. 이재성과 나상호가 빠지고 '작은' 정우영과 권창훈이 손흥민과 호흡했다.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황인범(올림피아코스)과 '큰' 정우영(알사드)이 짝을 이뤘고, 포백에는 김진수(전북) 김민재 김영권(울산) 김문환(전북)이 늘어섰다. 골문은 김승규(알샤밥)가 지켰다.
오토 아도 가나 감독은 4-3-3 카드를 꺼냈다. 귀화 선수 이냐키 윌리엄스를 축으로 안드레 아예우, 조던 아예우 '형제'가 좌우에 섰다. 토마스 파티, 모하메드 쿠두스, 살리스 압둘 사메드가 미드필드를 형성했고, 지데온 멘사, 모하메드 살리수, 다니엘 아마티, 타리크 램프티가 포백을 이뤘다. 골키퍼 장갑은 아티 지기가 꼈다.
김민재는 오른쪽 종아리 근육 통증이 있었다. 그는 우루과이전 후 단 한 차례도 정상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양말에 싸여 보이지는 않았지만 테이핑으로 종아리를 꽁꽁 싸매는 투지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캡틴' 손흥민은 마스크, '수비의 핵' 김민재는 눈물겨운 '테이핑 투혼'을 펼쳤다.
그러나 전반은 허망했다. 전반 초반 그야말로 '맹폭'을 펼쳤다. 전반 20분까지 코너킥만 7개를 얻어냈다. 하지만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기회 뒤 위기였다. 축구는 골로 말할 뿐이다. 전반 24분 가나의 세트피스 한 방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조던 아예우가 프리킥을 김민재가 헤더로 걷어냈지만 경합상황에서 안드레 아예우의 팔을 맞고 바로 앞에 떨어졌다. 이를 살리수가 왼발로 밀어넣었다. 골이었다. VAR(비디오판독)에도 골은 번복되지 않았다.
가나는 선제골을 앞세워 아프리카 특유의 기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전반 34분에는 쿠두스가 헤더로 추가골을 터트리며 축제에 젖었다. 대한민국은 전반을 0-2로 뒤진 채 마쳤다.
반전 카드가 절실했다. 벤투 감독은 '작은' 정우영을 빼고 나상호를 투입했다. 이어 후반 12분에는 회심의 이강인 카드를 꺼내들었다.
'신의 한수'였다. 이강인은 1분 뒤 자로 잰 듯한 크로스로 조규성의 만회골을 어시스트했다. 추격골로 기세를 살린 대한민국은 3분 뒤 동점골로 기사회생했다. 이번에는 김진수의 크로스였다. 조규성이 헤더로 골망을 찢었다. 벤투 감독이 포효했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였다. 대한민국은 후반 23분 쿠두스에게 또 골을 내줬다.
이강인은 후반 30분 날카로운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노렸지만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히며 땅을 쳤다. 여기까지였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태극전사들은 고개를 숙였다. 카타르월드컵 첫 승은 멀고도 험했다. 알라이얀(카타르)=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