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카타르)=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부동의 왼쪽 풀백' 김진수(전북)는 여전히 100%가 아니다.
빡빡한 스케줄에 따른 후유증은 계속되고 있다. 카타르에 온 후 겨우겨우 몸을 만들었다. 2014년 브라질,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의 아쉬웠던 낙마의 기억, 김진수는 그럴수록 더욱 힘을 냈다. "여기 안아픈 사람없어요"라며, 투혼을 발휘했다. '진통제'까지 먹고 있다.
하지만 오매불망 꿈꿔왔던, 8년만의 월드컵 무대, 아직까지 기대만큼의 시간은 아니다. 좋았을때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물론 전술적 여파도 있었지만, 공격이나 수비 모두 완벽히 대응하지 못했다. 특히 스스로 자신의 잘못이라고 자책했을 정도로, 가나전 두번째 골 장면은 아쉬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돌을 던질 수는 없다. 김진수는 할 수 있는 최고의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김진수는 벤투호의 핵심 자원이다. 홍 철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대체불가다. 벤투 감독은 풀백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을 쓰는데, 공수를 겸비한 김진수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김진수는 박스 안까지 침투해 마무리를 할 수 있는데다, 필요하면 안으로 좁혀 미드필드 플레이까지 할 수 있다. 벤투 감독이 마지막까지 김진수의 컨디션 회복에 공을 들였던 이유다.
물론 100%는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김진수는 우루과이전의 숨은 공신 중 하나다. 오랜만의 경기, 떨어지는 컨디션임에도 충실히 왼쪽을 막아냈다. 평소보다 오버래핑 숫자는 적었지만, '캡틴' 손흥민(토트넘)의 수비 부담을 확실히 덜어줬다. 후반 들어 적극적인 움직임이 나오며 가나전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도 했다.
가나전은 냉정히 아쉬운 경기였다. 이유가 있었다. 경기 중 발목에 무리가 생겼다. 살짝 꺾였다. 그럼에도 김진수는 쉬지 않고 달렸다. 가나에 끌려다닌 후에는 밸런스가 공격쪽으로 쏠리며 김진수가 전술적으로 커버해야 하는 범위가 더욱 늘어났다. 그런 상황에서 조규성의 두번째 골을 돕기도 했다. 폭발적인 오버래핑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마지막 결승골이 김진수의 태클을 피해 만들어졌지만, 이는 김진수의 잘못이 아니다. 불운이 겹친 장면이었다.
아쉽기는 했지만, 최악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는 어려운 경기였다. 그에게 걸린 부하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 후 몇몇 팬들과 언론들은 김진수를 흔들었다. 물론 그들의 눈높이에는 맞지 않았을 수 있다. 그만큼 부상 전 김진수는 '최고'였다. 하지만 올 한해 내내 김진수를 지켜본 입장에서, 한국의 왼쪽을 지켜주는 김진수의 플레이는 그저 고마울 뿐이다.
언제나 승부욕이 넘치는 김진수는 카타르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는 묵묵히 포르투갈전을 준비하고 있다. 또 한번 쉽지 않은 싸움이 될테지만, 김진수는 또 싸울 것이다.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최선을 다해.
도하(카타르)=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