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로테이션, 밸런스, 리바운드!"
서울 삼성 농구는 지난 수년 간 '무색무취'였다. 이상민이라는 스타 감독 때문에 늘 조명은 받았지만, 농구 자체로는 큰 감흥이 없었다. 성적도 형편 없었지만, 삼성만의 팀 컬러가 없으니 서울 팬들을 SK 나이츠에 뺏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삼성 농구가 달라지고 있다. 은희석 감독이 부임하면서부터 뭔가 달라지는 느낌을 준다. 이정현이라는 베테랑 스타가 가세한 게 큰 힘이겠지만, 그거 하나로는 설명되지 않는 '끈적한 매력'이 생겼다.
삼성은 30일 창원 LG전에서 승리하며 3연패에서 탈출했다. 8승8패 5할 승률. 지난 시즌 9승45패로 꼴찌였던 팀임을 감안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3연패도 갑작스럽게 터진 선수들의 줄부상이 원인이었다. 사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도 유력한 꼴찌 후보로 평가를 받았는데, 이만하면 엄청난 선전이다.
'초보'지만 기존 감독과는 뭔가 다른 느낌이다. 평소 '열혈' 이미지에 불같은 성격인데, 작전 타임을 보면 예상 외로 차분하게 꼭 해야할 말을 해준다. 그런데 그 말에 힘이 있다. 메시지도 명확하다. 주전 선수와 백업 선수들의 역할을 가르는 건 조금 잔인해보일 때도 있지만, 수행해야 할 역할들을 집요하게 체크해준다.
그리고 코멘트가 마치 미국프로농구(NBA) 감독 같다. KBL 감독들은 보통 세밀한 작전 지시에만 몰두한다. 하지만 NBA 감독들의 작전타임을 보면, 생각보다 작전에 관한 내용은 없다. "더 열심히 뛰자", "무조건 리바운드", "상대를 부숴버리자" 이런 식의 독려가 대부분이다.
은 감독도 이와 비슷하다. 지난 13일 고양 캐롯전 작전타임만 영상이 화제가 됐다. 지고 있는 상황 선수들에게 "이거 한 번 우리가 뒤집어 보자"라고 소리치고 "로테이션, 밸런스, 리바운드"라고 외치며 농구의 기본을 강조할 때는 웃음도 나오지만, 은 감독의 열정이 그대로 느껴진다.
은 감독은 현역 시절부터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신 끈질긴 수비와 근성 있는 플레이로 오래 선수 생활을 했다. 리더십도 있었다. 지도자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KGC 코치를 거쳐 모교 연세대 감독으로 일하며 내공을 다졌다. 대학에서는 최고 스타들이 모이는 연세대지만, 은 감독은 선수들에게 엄격했고 늘 기본을 주입시켰다. 삼성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정현, 김시래 스타 선수들부터 이원석 등 막내들까지 '머리 박고' 뛰는 모습이 확연히 보인다.
그리고 결코 몇몇 주전급 선수에 기대지 않는다. 신인 선수들에게도 자신감을 심어주고, 기회를 준다. 팀이 건강하게 돌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다. 초보지만, 초보답지 않은 첫 시즌을 보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초보 감독이 결코 쉽게 할 수 없는, 강단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작전타임 '어록'까지 생긴다면, 삼성은 이상민 감독에 이어 새로운 스타 감독 보유 구단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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