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2000년대 두산 베어스는 포수 사관학교였다.
최기문과 진갑용, 홍성흔 등 국가대표급 포수들이 밀레니엄 직전 OB베어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최기문은 롯데로 이적해 주전포수로 자리매김 했다. 진갑용은 삼성의 전성기를 이끌며 골든글러브를 3차례나 수상했다. 선배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홍성흔은 포수로 골든글러브 두차례를 수상하며 롯데 이적 전까지 베어스 안방을 굳게 지켰다.
포수 사관학교 명성은 2010년대에도 이어졌다.
양의지를 필두로 최재훈 박세혁이 주전 포수로 성장해 차례로 거액의 FA 계약자가 됐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베어스 유니폼을 함께 입고 뛰던 세 선수. 리그 최고 포수 양의지가 버티고 있는 한 팀에서 온전히 클 수는 없었다.
최재훈은 한화 이적 후 꽃을 피웠다. 공-수에 걸쳐 꾸준한 성장을 이룬 끝에 지난해 소속팀 한화와 5년 최대 54억원으로 FA 1호 계약자가 됐다.
박세혁은 양의지 선배의 거취에 따라 운명이 바뀌었다.
양의지는 2019년 시즌을 앞두고 4년 최대 125억원의 FA계약으로 두산을 떠났다.
앞선 세 시즌 동안 준비된 백업으로 때를 기다리던 박세혁의 시간이 찾아왔다. 주전 포수 첫해인 2019년 곧바로 두산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주역이기도 했다.
4년 후, 양의지와 박세혁의 행선지가 또 한번 엇갈렸다.
두번째 FA 자격을 취득한 양의지가 최대 6년 152억원에 친정 두산으로 컴백했다. 때 마침 FA 자격을 얻은 박세혁은 4년 46억원의 FA 계약으로 NC 안방의 빈 자리를 메웠다.
함께 땀 흘리던 두산 출신 세명의 포수. 두차례 277억원의 양의지를 필두로 FA 총액 합계 무려 377억원의 대박을 합작한 삼총사다.
맏형 양의지의 감회가 새롭다. 지난 9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통산 8번째이자, 7번째 포수 수상을 한 양의지는 "최근 포수 골든글러브를 (강)민호 형하고 제가 양분해서 받았는데 앞으로 재훈이나 세혁이가 잘해서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재훈이나 세혁이는 힘들었던 시기를 같이 보낸 동생들"이라며 "항상 힘든 이야기나 팀은 달라졌지만 조언도 많이 하고 어려운 상황이 있으면 항상 잘 되기를 응원하는 친구들"이라고 말했다.
최근까지도 허심탄회가 대화가 오갔다.
양의지는 "재훈이가 한화 오지 말라고 농담 하더라"는 말로 좌중에 큰 웃음을 던졌다.
한화는 실제 FA 양의지에게 파격적 계약 제안을 했지만 무산되고 말았다. 만에 하나 깜짝 계약이 이뤄졌다면 절친한 선후배 간 반갑지만 애매한 동거가 될 뻔 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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