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지난 12일 방송한 tvN 월화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이하 연매살)에서는 이순재가 메쏘드 엔터테인먼트의 소속배우로 특별출연했다.
그는 '연매살'에서 배우 이순재 본인을 연기했다.
극중 이순재는 뇌졸중의 후유증으로 기억에 이상이 생겼고 시간 개념이 뒤죽박죽 섞여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후 촬영중인 영화에도 문제가 생겼고 투자사에서도 하차에 대한 목소리를 냈다. 결국 장명애(심소영)가 나타나 문제를 해결했고 다음날에도 이순재는 또 다시 과거의 어느날로 돌아가 있었다. 1934년생 88세, 연기 인생 66년차의 이순재가 맡은 역치고는 꽤 수동적이다.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전파를 탄 노희경 작가의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는 잔잔한 힐링 스토리와 배우들의 호연으로 큰 인기를 모았다. 이중 김혜자는 강옥동 역을 연기했다. 아들과 살기 위해 발버둥치며 살아왔지만 결국 온 몸에 암이 전이돼 수술도 못하고 시한부 판정을 받은 엄마 캐릭터다. 그리고 마지막회에서 결국 강옥동은 죽음을 맞았다. 김혜자는 1941년생 81세, 데뷔 61년차 배우다. 전작인 JTBC '눈이 부시게'에서는 치매에 걸려 자신을 스물다섯으로 생각하는 김혜자 역을 맡았다. 또 노희경 작가의 전작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도 김혜자는 치매를 앓는 조희자 역으로 설정된 바 있다.
같은 조건은 아니지만 KBS2 월화드라마 '커튼콜'속 자금순(고두심)도 국내 굴지의 호텔체인 설립자이자 총수이면서 3개월 시한부 인생을 사는 인물로 그려지는 중이고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도 순양그룹 총수 진양철(이성민) 회장이 뇌병변의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드라마 속에서 시한부나 치매 증상이 자주 등장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게다가 언급된 작품들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인정받은 드라마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년 배우들의 연기를 활용할 방법이 시한부나 치매 밖에 없는지는 고민해볼만한 문제다.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에게도 존중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올만 하다.
이순재나 김혜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 레전드들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가 극찬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김혜자라는 배우를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식으로 활용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매번 '치매'나 '시한부 인생'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기분은 어떨까. 물론 프로 연기자들이 기분을 따지며 캐릭터를 맡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에 대한 존중은 어느정도 필요해 보인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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