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140년 라이벌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간 맞대결이 내년부터 더욱 과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저스가 깊은 '원한'을 갖고있는 거물급 야수가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었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는 14일(한국시각) FA 유격수 카를로스 코레아와 13년 3억5000만달러 계약에 합의했다. 신체검사가 끝나면 홈구장 오라클파크에서 입단식이 열릴 예정이다.
1993년 배리 본즈 이후 가장 지명도 높은 FA가 샌프란시스코의 품에 안긴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소속의 본즈는 다저스에게 가장 위협적이면서도 승부욕을 크게 자극하는 선수였다. 2023년부터는 코레아가 다저스에게는 요주의 선수이자 타도의 대상이 된다.
다저스와 코레아의 악연은 그 유명한 2017년 월드시리즈 '사인 훔치기'에서 비롯됐다. 당시 상대팀이었던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다저스 투수의 사인을 훔쳐 더그아웃으로 전달해 휴지통을 두드리는 방법으로 타자에게 알렸다. 다저스를 4승3패로 누른 휴스턴은 1962년 창단 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지만, 투수 마이크 파이어스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로 이적한 뒤 사인 훔치기를 폭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묘하게도 다저스는 코레아가 FA가 된 작년과 올해 기존 유격수가 떠나는 상황을 맞았다. 작년에는 코리 시거, 올해는 트레이 터너가 FA 계약을 통해 각각 텍사스 레인저스,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옮겼다. 유격수가 필요한 다저스가 코레아의 유력 행선지로 언급된 건 당연했다. 그러나 지역 언론과 팬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특히 올해까지 다저스 소속이었던 코디 벨린저가 코레아와 '사인 훔치기'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벨린저가 "호세 알투베가 2017년 사인 훔치기로 우승반지를 훔쳤다"고 비난하자 코레아는 "팩트를 모르면 입을 다물라. 알투베는 사인 훔치기에 가담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가 휴지통을 두드리면 화를 냈다"며 두둔했다.
소문만 그렇지 다저스는 실제 코레아와 계약할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오프시즌서도 다저스가 오퍼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온 적은 없다.
그런 코레아가 영원한 앙숙 샌프란시스코의 일원이자 간판 선수가 됐으니 양팀 간 맞대결에 더욱 관심이 쏠리게 됐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 듯 LA 타임스는 15일 '카를로스 코레아, 준비하라. 다저스 팬들은 당신에게 가장 큰 소리로 야유를 보낼 것(Get ready, Carlos Correa. Dodgers fans are going to boo you the loudest)'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2005년 본즈는 "다저스타디움은 내가 야구 인생에서 가본 곳 중 최고의 무대"라며 "날 보고 '배리는 형편없다'고 외치는데, 5만3000명의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려면 내가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야 해"라며 다저스 팬들을 자극했다.
이제는 코레아가 본즈와 같은 존재로 다저스를 상대하게 됐다.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는 내년 시즌 13경기를 벌인다. 코레아는 13년 계약을 했으니 중간에 트레이드나 은퇴가 아닌 이상 2035년까지 다저스 '앙숙'의 대표타자로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