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한국인 메이저리거가 100마일 강속구를 뿌린 건 박찬호가 유일하다.
박찬호는 1996년 6월 28일(한국시각)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100마일 직구를 던진 적이 있다. 쿠어스필드는 1600m 고지대에 위치해 공기의 저항이 작아 투수의 투구와 타자의 타구 속도가 다른 곳보다 빠르다.
그러나 당시 박찬호의 구속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자료는 남아 있지 않다. 그 시절 투수들의 구속은 야구장 스피드건에 찍힌 수치로 전광판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통일된 투구 및 타구 추적시스템, 즉 스탯캐스트가 등장한 건 2008년 이후다. 스탯캐스트 데이터를 서비스하는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박찬호가 2008~2010년 메이저리그에서 마지막 3시즌을 활약하는 동안 찍은 최고 구속은 98.5마일이다. LA 다저스 시절인 2008년 6월 13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 5회말 좌타자 폴 맥애널티를 상대할 때 던진 높은 직구였다. 불펜투수로 활약하던 그 시절 박찬호의 직구 구속은 90마일대 후반을 꾸준히 유지한 것으로 스탯캐스트는 보여주고 있다.
이후 100마일을 던진 코리안 빅리거는 나타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구속이 전체적으로 증가함에도 한국인 투수들의 구속은 전혀 주목받을 수 없었다.
그런데 100마일을 바라보는 한국인 투수가 곧 메이저리그 구단과 입단 계약을 맺는다. 덕수고 우완 심준석이다. 그는 작년 KBO 드래프트를 포기하고 일찌감치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다.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계약했다. '국제 아마추어 선수' 신분으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계약한다는 소식이다. 계약금은 100만달러 이상이 유력하다. 심준석은 한미선수협정에 따라 일단 마이너리그 계약을 해야 하지만, 언젠가는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를 것이란 기대를 받는다.
심준석은 작년 전국대회에서 최고 157㎞ 강속구를 던지며 주목받았다. 마일로 환산하면 97.6마일이다. 미국에 진출해 힘과 기술이 붙으면 100마일 이상을 충분히 뿌릴 것이란 전망이다. 박찬호도 한양대 시절 156㎞(96.9마일) 직구를 뿌린 뒤 메이저리그에서 100마일에 도달했다.
팬그래프스는 국제 유망주 코너에서 심준석에 대해 '그는 엄청난 팔 힘을 지닌 덩치 큰 우완 투수로 간혹 90마일대 후반 직구를 던진다. 70마일대 중반의 커브는 떨어지는 폭과 궤적이 확실하며 전통적인 빅리그 수준의 커브로 발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유망주들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MLB.com의 MLB파이프라인은 심준석을 올해 국제 유망주 전체 10위, 투수 1위로 평가하며 '직구 구속은 평균 95마일 안팎이며 100마일까지도 다다른다.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도 구사하는데 오는 4월 만 19세가 된다. 2010년을 끝으로 빅리그를 떠난 박찬호와 비교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심준석이 만일 올해 빅리그로 승격해 100마일을 던진다면 1996년 박찬호 이후 27년 만에 '한국인 100마일 빅리거'가 탄생하는 셈이 된다. 물론 빅리그 승격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일본 프로야구 출신 중에는 100마일 투수가 수두룩하다. 오타니 쇼헤이는 지난해 9월 휴스턴 애스트로스전에서 최고 101.4마일의 직구를 뿌렸으며, 100마일 이상의 공이 40개였다. 이번 오프시즌 메이저리그 입성한 뉴욕 메츠 센다 고다이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후지나미 신타로도 이미 100마일을 뿌린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언젠가는 메이저리그를 두드릴 사사키 로키도 벌써 100마일을 상회하는 직구를 던진다.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작년 메이저리거 투수들의 직구 평균 구속은 93.9마일이었다. 올시즌에는 94마일을 가볍게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힘을 앞세운 타격이 강화되고 있는 메이저리그에서 강속구는 필수다. 심준석이 현지 매체로부터 '제2의 박찬호'라는 별명을 들으며 각광받는 이유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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