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다. 소위 '까까머리'가 됐다. 지난해 9월 국가대항전 데이비스컵 파이널스와 코리아오픈 때도 머리를 길렀던 그였다. 헤어 스타일 변신은 2023년 "더 높은 곳까지 도약하겠다"는 강한 의지에 대한 발로였다. 주인공은 '슈퍼 포핸드' 권순우(26·당진시청)였다.
권순우가 한국 남자테니스 역사를 바꿨다. 권순우는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각)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 2차 대회 단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26위 로베르토 바우티스타 아굿(스페인)을 2대1(6-4, 3-6, 7-6<4>)로 꺾었다.
2021년 9월 아스타나오픈 우승 이후 1년4개월 만에 개인 통산 두 번째 ATP 투어 우승. 특히 2003년 1월 아디다스 인터내셔널에서 한 차례 우승한 이형택(현 오리온 테니스단 감독)을 제치고 한국인 ATP 투어 최다 우승(2회)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무엇보다 역대 투어 10번째 '럭키 루저' 우승자가 됐다. 예선 2회전에서 패했지만, 본선 참가자 불참으로 운 좋게 본선행 티켓을 따낸 뒤 승승장구해 우승까지 이뤄냈다. 우승 랭킹 포인트 250점을 적립한 권순우는 16일 업데이트 될 세계랭킹에서 2021년 11월 1일에 찍었던 '커리어 하이' 52위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우승 상금 9만7760달러(약 1억2141만원)를 챙긴 권순우는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엣 "'럭키 루저'로 올라와서 1회전부터 예선에서 졌던 선수와 만나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1회전을 승리했고, 2회전부터 부담없이 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좋은 선수들을 연파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한국인 최초 투어 대회 2승을 달성한 것에 대해선 "기록적인 부분은 생각하지 않았다. 한국의 역사가 되면 좋지만 그런 걸 생각하면 오히려 부담이 된다. 결승전에선 그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권순우의 우승 원동력은 그라운드 스트로크 퍼포먼스와 강서브였다. 위닝 샷을 만들 수 있는 강력한 포핸드와 메가 랠리에서도 버텨낼 수 있는 코스 운영 그리고 200km를 넘나드는 서브로 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권순우는 "톱 100위 안이나 50위 안에 드는 선수 모두 에러없이 잘치는 건 똑같다. 코치님과 내 공격이 더 좋다고 생각하면 더 높이 올라갈 것이라고 얘기했고 좋은 모습이 나왔다"고 했다.
서브가 좋아진 것에 대한 질문에는 "서브는 스피드를 위해 힘 빼고 코스를 보면서 성공률을 높이려고 했는데 힘이 잘 받았다. 또 실내 경기다보니 잘 터진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권순우는 16일부터 메이저대회 호주 오픈에 출전한다. 1회전 상대는 세계랭킹 123위 크리스토퍼 유뱅크스(미국). 권순우의 자신감은 넘친다. 지난해 2대1로 승리한 바 있다. 다만 방전된 체력이 문제다. 권순우는 예선전까지 치르느라 일주일간 하루에 한 번씩 경기를 펼쳤다. 권순우는 "대진운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메이저 본선을 뛰는 선수라면 경기력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질수도, 이길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직 젊다. 회복을 잘하면 어려운 경기라도 잘 치를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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